핀포인트 리서치는 국내외 비상장기업과 산업을 분석하는 리서치 그룹입니다. 최신 글을 이메일로 받아보시려면 구독하세요! 오늘은 알파벳이 1300억을 투자한 산업 정보 검색 엔진, Alphasense를 분석합니다.
thesis
‘비즈니스 리서치(Business Research)’는 현대의 지식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업무 중 하나로, 단순한 시장 조사부터 시작해서 경쟁자 분석, 산업 동향 예측, 향후 전략 수립까지 포괄하는 행위이다1. 대부분 기업은 비즈니스 리서치를 위한 독립적인 팀 혹은 인원2을 두고 있으며, 이는 그만큼 기업이 수행하는 비즈니스 리서치의 퀄리티가 기업의 의사결정 정확성, 나아가 기업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즈니스 리서치를 수행하는 과정에는 큰 비효율성이 존재한다: 우리를 보조하는 도구들이 충분히 똑똑하지 않다. 효과적인 리서치를 위해서는 흩어져 있는 단편적인 정보들 사이의 연관성을 뽑아내고 행간을 읽어 숨겨진 인사이트를 발굴해 내는 것이 필수적임에도, 기존의 도구는 자료를 찾아 나열하는 것에 그쳤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말할 것도 없었고, 구글 또한 우리가 검색창에 입력하는 질문 그 이상의 것을 제공하지 못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가 Alphasense이다. 2011년도에 Jack Kokko와 Raj Neervannan가 창업한 Alphasense는 비즈니스 리서치/인텔리전스 특화 검색 엔진을 B2B SaaS 형태로 제공한다. Alphasense는 곧 금융/비즈니스 관련 데이터를 보다 효과적으로 검색, 분석, 및 비교할 수 있는 구글과도 같다.
초창기에 동사는 월가의 금융 산업 종사자들에 초점을 맞추었다. 투자업 종사자가 상장/비상장 기업의 정보와 각종 산업 리포트를 편하게 검색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었다. 금융 산업은 리서치의 중요도와 수요가 폭발적인 섹터이며, 블룸버그와 같은 성공적인 기업들이 전부터 금융 속 리서치의 비효율성을 줄이려는 노력을 이어왔으니, 시장 진입이 용이했을 터다.
그러나 회사의 규모가 커지며 동사는 새로운 버티컬에 진출할 필요성을 느끼고, 비금융 기업들에서까지 포괄적으로 쓰일 수 있는 툴로 스스로를 재정의하게 된다. 이렇게 하여 오늘날 이들은 “인사이트를 몇 시간이 아닌 몇 초 만에 찾아낼 수 있게 해주는 마켓 인텔리전스 및 검색 플랫폼” (공식 웹사이트)의 모습에 이른다.
동사는 올해 4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으로부터 18억 달러(한화 약 2.3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1억 달러(한화 약 1,30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불과 5개월 후인 9월에 진행된 시리즈 E 라운드에서는 25억 달러(한화 약 3.2조 원)의 기업가치로 신규 투자자인 BOND와 기존 투자자인 알파벳 등으로부터 1.5억 달러(한화 약 2천억 원)를 조달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근미래에 기업 공개를 진행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장은 꼭 지나치게 될 단계라고 밝혔다.
과연 동사는 정확히 어떤 고객을 위한, 어떤 제품을 만들고 있으며, 산업 정보계의 구글이 될 만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일까?
지금부터 알아보자.
안녕하세요,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글을 쓰고 있는 이덕행이라고 합니다.
Pinpoint Research 독자분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founding story
“It started with CTRL+F”
- Alphasense 공식 홈페이지
동사의 창업자이자 現 CEO인 Jack Kokko는 모건 스탠리의 멘로 파크(캘리포니아) 지부와 런던 지부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한 경험을 지니고 있는데, 이 당시 반복 노동에 가까운 리서치 업무에서 염증을 느낀다. 수많은 리포트에서 자신이 찾고자 하는 키워드를 일일이 검색해 가며 인사이트를 끌어내는 과정이 무척 피곤했던 것.
이후 Kokko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와튼에서 MBA 과정을 밟으며 그곳에서 훗날 Alphasense의 공동 창업자가 될 Raj Neervannan (Alphasense 現 CTO)을 만난다. Raj 또한 Jack이 느꼈던 리서치 과정에서의 고충에 크게 공감하였고, 이 둘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1년에 Alphasense를 시작한다.
두 창업자는 첫 2~3년 동안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며, 소수의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베타 테스팅을 병행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서비스 출시 직후에 GTM 또한 헤지 펀드들이었다3. 헤지 펀드는 조직 규모가 작고 의사 결정이 빨라서 필요하다면 어떤 서비스건 바로 구매하는 특징이 있어 초기 수용자로 적합했다.
이후 콜드 콜을 통해 헤지 펀드뿐 아니라 월가의 각종 금융 기업을 포섭하기 시작했고, 빠른 속도로 성장하게 된다.
product
problem
우선 동사가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점을 명확하게 정의하자.
기존의 검색엔진들은 단순한 자료의 나열 그 이상의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특정 회사에 대한 구글 검색 결과들 속에서, 그 회사가 현재 가장 주력하고 있는 아이템이나 사업이 뭔지, 핵심 인사가 누군지 등을 알아내려면 다시 여러 차례의 연쇄적 검색을 반복하거나 Ctrl+F 키로 반복 작업을 해야만 한다.
높은 지식 노동 수준에 걸맞은, 정확하고 알찬 산업 정보만을 모아놓은 검색엔진이 존재하지 않는다.
구글에 특정 회사 이름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최신 기사나 낚시성 글 사이에서 공식 보고서나 문건, 혹은 믿을만한 기관이나 인물이 출판한 분석 글만을 찾아내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Alphasense는 공신력 있고 도움이 될 정보들만을 추려서, 그 위에서 산업 분석에 특화된 기능들로 무장된 검색을 돌려주는 검색 엔진이다.
세부적으로는, 동사가 제공하는 제품은 크게 플랫폼과 솔루션으로 나눠진다. 플랫폼은 전형적인 SaaS로, 기업 고객에게 검색(Search), 요약(Summary), 모니터링(Monitoring), 그리고 워크플로우(Workflow)의 4가지 핵심적인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솔루션의 경우, 위 기능들을 기반으로 각 고객이 속한 산업군의 특성이나 요구에 맞춰 커스터마이즈해 서비스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동사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선사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4가지 핵심 기능 — 검색, 요약, 모니터링, 워크플로우 — 이 얼마나 강력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무에 계신 독자분이라면 “나라면 이 기능을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할까?”를 고민하며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4.
search
사업 초기부터 동사가 강조해 온 기능은 ‘검색’이었다. 실제로 이들의 2017년 홈페이지5에 올라와 있는 소개 글은 Alphasense를 “AlphaSense is a revolutionary, award-winning search engine that helps you to instantly cut through the noise and uncover critical data points that others miss”라고 묘사하고 있다.
그만큼 동사는 오랜 기간 동안 자연어 처리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산업/기업 정보라는 도메인 내에서만큼은 사용자의 검색어가 담은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검색 기능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동사가 강조하는 것 중 ‘Smart Synonyms’라는 부가 기능이 있다. Smart Synonyms는 사용자가 질의문을 길거나 복잡하게 적지 않고 키워드만으로 검색해도, 동의어도 검색 결과에 포함해 리서치 시간을 단축해 준다.
For example: searching for “ESG investing” will also yield results for “impact investing” and “socially responsible investing.”
“ESG 투자”에 대해 검색하신다면, “임팩트 투자” 그리고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결과들도 같이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Alphasense 공식 홈페이지
Smart Synonyms 이외에도 Alphasense는 기업 정보 파악에 특화된 검색 UI를 제공한다. 특정 기업에 대해서 검색을 진행하고 있을 때, 1) 기업에 대한 기본적인 개요, 2) 해당 기업과 관련된 전문가 인터뷰 스크립트, 3) 해당 기업의 최근 실적 발표(어닝 콜) 분석본: 어떤 키워드들이 자주 등장했는지, 전년도 분기와 비교하여 무엇이 달라졌는지 등을 한 화면에 도식하며 각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한다.
이러한 UI는 검색 과정에서 사용자가 검색어를 반복적으로 수정하며 입력해야 하는 소요를 현저히 줄여준다. 사용자가 궁금해할 만한 정보들이 이미 다 파싱되어 클릭하면 조회할 수 있는 형태로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궁금증 하나. Alphasense가 정교한 검색 기능을 지닌 것은 알겠는데, 어디로부터 비롯된 검색 결과가 뜨는 것인가?
답은 동사가 다년간 긁어모은 신뢰도 높은 기업 공시, 증권가 리포트, 뉴스 및 규제 정보, 학술 논문집 등으로부터다. 개인적으로 이 데이터베이스야말로 동사가 지닌 가장 강력한 해자일 것으로 생각한다. 동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들이 제공하는 구체적인 자료들은 다음과 같은데:
기업 세부 자료: 세계 68,000여 개 기업의 SEC 공시, Earnings Call 대본 등
증권사 리포트: Bulge Bracket / 부티크 투자 은행 (우리가 흔히 아는 골드만삭스, JPM, 시티부터 에버코어, 라자드같은 소규모 회사들을 전부 포함) 브로커의 리포트 등
Wall Street Insights: 2020년에는 아예 월가 투자 은행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애널리스트들이 발행하는 리포트를 모아서 조회할 수 있는 Wall Street Insights라는 서비스를 따로 출시했다. 미국에서 지금까지 대부분의(90% 이상6) 주식 리포트/리서치는 금융권 종사자들에 의해 소비되었다.
구글링을 조금만 하면 PDF 형식의 증권사 리포트가 쉽게 찾아지는 한국과 달리, 미국 투자 은행들의 애널리스트들이 작성하는 리포트는 높은 비용을 지불한 기업 고객 중심으로 배포되기 때문. 그러니 주로 월가의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만 리포트가 유통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Wall Street Insights는 동사 서비스를 이용하기만 한다면 일반 기업 고객들에게도 양질의 주식 리포트를 조회하고 활용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준 것이다.
전문가/내부자 인터뷰 스크립트: 동사는 2021년에 Stream이라는 서비스를 인수하는데, Stream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나 기업의 주요 인물들과 진행한 인터뷰 및 통화 내용을 투자 회사들에 제공하는 제품이다. Stream 인수를 통해 동사는 자신들의 데이터베이스에 (오직 Alphasense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전문가 / 내부자 인터뷰 스크립트를 추가할 수 있었다.
비상장 기업 정보: 200,000여 개 이상의 비상장 기업들의 밸류에이션 자료, 비상장 기업들을 다루는 전문가 인터뷰 스크립트 등
이런 자료들은 웹 검색에도 쉽게 (혹은 아예) 잡히지 않을뿐더러, 이만을 모아놓고 검색하는 것 자체가 사용자에게 고가치 정보를 빠른 시간 안에 제공할 수 있게 한다. 즉, 사용자가 동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가 된다.
금융산업 종사자라면, 블룸버그가 훨씬 방대한 양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이에 대한 두 가지 변론을 해보자면,
첫째, 동사의 이상적인 고객 페르소나는 비즈니스 리서치 툴이 필요하지만, 월가에서 일하지는 않는 지식 노동자다. 이들은 테크, 바이오, 에너지 기업의 전략 / IR 팀에서 근무할 수도 있고 컨설팅 업계 사람일 수도 있다. 블룸버그 터미널은 리서치에 있어서 무척 강력한 도구임은 분명하지만,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연 4,000~6,000만 원 정도의 구독료를 생각했을 때, 금융권에 적을 두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블룸버그를 구매할 일은 없다.
동사는 연 구독료를 홈페이지에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자사 서비스가 블룸버그에 비해 훨씬 더 비용적 부담이 덜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맥락에서, 동사가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는 블룸버그가 닿지 못하는 틈새시장에서 꽤 빛을 발하리라 판단할 수 있다.
둘째로, 동사는 스스로를 블룸버그의 대체재보다는 보완재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 등록된 Alphasense와 블룸버그를 비교하는 글은, 블룸버그는 그래프와 함수 등을 이용한 정량적 분석에 뛰어난 반면 애널리스트 리포트, 전문가 인터뷰 등 정성적인 자료들에 있어 약하다고 설명한다. 또한 블룸버그의 검색 기능에는 많은 제약이 존재하여, 사용자가 찾고자 하는 내용을 전부 찾지 못할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그렇기에, 금융 산업권에 존재하는 고객은 강력한 검색과 정성적 분석을 제공하는 Alphasense를 블룸버그와 더불어 사용한다. 예를 들어서, 블룸버그는 10년 전부터 지금까지의 미국 국채금리 그래프를 효과적으로 그리는 것은 잘할지 몰라도, 전문가들이 국채금리의 흐름에 대해서 발표한 분석이나 금융 기업들의 실적이 국채금리 변동에 의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등을 정리해서 사용자한테 전달하는 일에 있어서는 비교적 취약하다.
결론적으로, 동사는 기업 정보 검색 경험과 질이라는 가치를 집중적으로 발전시켜 왔고, 해당 기능에서만큼은 자신들이 블룸버그와 같은 거인과 싸우더라도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고객군과 시장을 계속 넓혀나가고 있다.
최근 동사를 AI 기업이라고 소개하는 매체들이 많지만, 이들은 본질적으로 검색 엔진 서비스 업체다. 동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 관련 특허들이 모두 검색 기술 관련 특허7이며, GenAI라는 단어가 유행하기 한참 전인 2019년에 구글의 에릭 슈미트가 설립한 Innnovation Endeavor가 동사에 투자했다는 점 또한 이를 방증한다.
summary
요약 기능은 검색의 연장선에 존재한다. 사용자가 검색 결과를 모두 읽지 않아도 주요 토픽 및 키워드를 파악할 수 있도록 미리보기를 제공한다.
특히 최근에는 ‘Smart Summaries’라고 하여 사용자가 검색한 주제나 회사에 대해 GenAI가 자동으로 요약본을 만들어 주는 기능을 출시하였다. 알파벳 투자의 대외적인 명분 또한 ‘AI 분야에서의 가능성’이었고, Jack Kokko도 인터뷰에서 구글과의 협력관계가 GenAI 연구 및 상용화에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앞으로 더욱 발전할 기능으로 예상된다.
monitoring
모니터링은 Google Alerts (구글 알리미)와 유사한 기능이다. 사용자가 관심 있는 주제나 지속해서 관찰해야 하는 주제를 Alphasense에 등록하면, 해당 주제에 관련된 새로운 소식이 있을 때마다 알림을 보내준다. 기업 동향에 따라 요동치는 주가를 계속 지켜봐야 하는 금융업계 종사자들에게 특히 유용할 기능이다.
workflow
Alphasense Notebook은 사용자가 Alphasense를 이용하며 발견한 내용들을 저장, 기록 및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워크스페이스이다. 현재는 단순한 스크랩북/메모장 수준의 기능을 제공하지만, 앞으로는 보다 다양한 문서 업무를 Alphasense 상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워크플로우 기능은 에버노트, 원노트 등과 같은 3rd party 앱과도 연동되도록 제작되어, 보편적인 비금융 기업의 업무가 Alphasense 상에서 더 많이 이루어지도록 의도되었다.
지금까지 소개한 기능들을 종합적으로 활용했을 때, 기업은 어떤 효과를 볼 수 있을까? Kokko가 올해 9월에 모건 스탠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Alphasense가 목표로 하는 이상적인 고객 use case를 찾아볼 수 있다.
For example, a client in the tech world was looking to transform its business through strategic M&A, but the Corporate Development team was bottlenecked due to limited resources. AlphaSense helped them survey the relevant landscape to discover potential targets. Our expert call transcript library, Stream, gave them on-demand access to the perspectives of former executives, competitors, suppliers, and partners. By leveraging earnings calls and sell-side research’s meetings with management teams, the client was able to see a window into the mind of target management teams. Automated alerts allowed the team to constantly monitor and mine relevant insights.
예를 들어서, 전략적 M&A를 통해 자사의 사업을 탈바꿈시키고 싶어 하지만, 사업개발(Corporate Development)팀이 제한된 자료와 정보로 인해 병목 현상에 빠져 있는 기술 기업이 있었습니다. Alphasense는 그들이 적절한 (인수합병) 타겟을 발굴해 낼 수 있도록 관련 분야를 조사하는 데 있어 도움을 주었습니다. 저희의 전문가 인터뷰 스크립트 모음집인 Stream은 그들이 전직 임원, 경쟁사, 공급사, 그리고 파트너사의 개별적인 관점들을 즉각적으로 조회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또한 저희의 고객들은 (인수합병을 고려하고 있는 타겟사의) 어닝 콜과 셀사이드 리서치가 경영진과 진행한 미팅 자료를 조회함으로써, 타겟 사 경영진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도 있었습니다. 더불어 자동화된 알람 기능은 이들이 끊임없이 연관된 인사이트들을 모니터링하고 찾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Alphasense가 무엇을 가능케 하는 서비스인지 훑어봤다. 이제 동사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검토할 차례다.
market
타겟 시장이야말로 동사 분석에 있어 흥미로운 부분이다. 동사의 고객 페르소나가 다수의 시장에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초창기 Alphasense는 블룸버그, FactSet 등으로 대변되는 금융 데이터(Financial Data) 시장을 노리고 만들어진 도구였다. 금융 정보 산업은 금융 산업의 이해관계자들 (바이/셀사이드 애널리스트들, 증권 중개인들 등)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산업인데, 2022년 미국 내에서의 시장 규모가 $21.7B(한화 약 28조 원)에 이른다8.
그러나 금융 데이터 산업의 맹점은 시장이 포화 상태에 놓여 있으며 (연평균 성장률 5%대), 소수의 기업이 독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Wall Street Prep에 의하면 블룸버그가 금융 데이터 시장의 33%, Refinitiv Eikon이 19.6%, Capital IQ와 FactSet이 1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즉, 고작 4개의 기업이 전체 산업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과점 형태이다.
따라서 금융 데이터 산업을 목표로 하는 신생 기업들은 폭발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 산업 내에서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며 기존 강자들의 파이를 가져와야만 하는데, 이는 여러 이유로 쉽지 않다.
금융 산업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며, 정보력과 보안이 곧 생명이다. 그렇기에 수십 년에 걸쳐 신뢰 관계가 구축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은 블룸버그와 같은 서비스는 대체하기 어렵다. 이 덕에 블룸버그의 매출은 큰 변동 없이 근 몇 년간 9~10조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9.
동사 또한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금융 데이터 산업에 올인하기보다는 타 버티컬로 진출하고자 하는 모습이다. 월가에서 눈을 돌려 금융 데이터 산업뿐만 아니라 마켓 리서치 산업,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산업 등에 진출하고 있다.
마켓 리서치 산업은 고객 설문 및 인터뷰 등을 통하여 기업이 시장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고,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산업은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기업이 내부적인 운영을 효율화하고 수익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동사는 이 둘 중 어디에 정확히 속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양쪽 모두와 유사한 고객군 그리고 수요를 공유한다.
22년도에 마켓 리서치 산업의 시장 규모는 $80B(한화 약 90조 원),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산업의 시장 규모는 $27B(한화 약 35조 원)이므로, 동사의 TAM 규모는 100~120조 원 정도로 추산이 가능하다. 만약 여기에서 금융 데이터 산업까지 포함한다면 그 크기는 훨씬 커진다.
다만 유의할 점은 TAM의 성장률 자체가 YoY 10% 남짓으로 그리 높지는 않다는 것이다. 직관적으로 생각했을 때도 마켓 리서치/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업무는 사업적인 측면에서 중요도가 높은 일이기는 하지만, 수적으로 연관된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다. 지식 노동자 중에서도 가장 탁월한 소수가 주로 종사하게 되는 부문이기 때문에. 이러한 태생적인 타겟 시장의 한계점을 돌파하는 것 또한 동사가 장기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 중 하나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버티컬 확장을 위한 동사의 노력은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실제로 다른 금융 데이터 제공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동사는 다양한 업종에 속하는 고객들을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리뷰 업체인 G2가 제공하는 자료에 따르면, 동사의 비금융권 고객은 전체 고객의 75% (FactSet 58%, 블룸버그 62%, Refinitiv 61%)이며, 비금융권 고객의 16% 가량은 바이오테크와 제약 업계 고객이다.
지금까지 유치해 온 금융권 고객들을 발판으로 삼아,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는 버티컬을 찾아 실험하는 모습인데, 그중 바이오/제약 버티컬은 GTM을 확립한 상황으로 추정된다.
동사의 구체적인 고객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 JP모건, 세일즈포스, 구글, 지멘스 등 S&P 100 기업들의 85%, 20여 곳의 거대 제약 회사, 그리고 주요 자산운용사들의 75%가 포함된다. 금융권 고객에 대한 집중으로 시작한 동사이지만 이제는 최대한 고객군을 다양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음을 재확인할 수 있다.
traction
투자 유치 측면에서 동사는 무척 성공적인 길을 걸어왔다. 지금까지의 누적 투자 금액은 $325M(한화 약 4,400억 원)이며, 이력은:
시리즈 E (2023년 9월)
$2.5B 밸류에이션으로 $150M 투자 유치, Kleiner Perkins에서 파생되어 창립된 후 Canva, Retool 등에 투자한 이력을 지닌 BOND가 리드 투자자알파벳의 익스텐션(Extension) 투자 (2023년 4월)
$1.8B의 밸류에이션으로 $100M 투자 유치, 알파벳의 VC 부문인 캐피탈G가 리드 투자자시리즈 D (2022년 6월)
$1.7B의 밸류에이션으로 $225M을 투자받았으며, 골드만삭스, 바이킹 글로벌 등이 주요 투자자시리즈 C (2021년 9월)
$180M을 투자받았으며, 골드만삭스, 바이킹 글로벌, 바클레이스, 웰스 파고, 모건 스탠리, 시티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월가 금융사들의 투자 유치기타
2019년에 진행된 시리즈 B 라운드에서 $50M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였으며, 이때 에릭 슈미트의 Innovation Endeavor 등이 참여
고객 유치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보인다. 동사는 2023년 기준 4,000여 개의 기업 고객에게 자사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JP모건 등의 대기업을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재밌는 점은 가장 최근에 집행된 시리즈 E 투자에 참여한 BAM Elevate이 동사의 고객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business model
동사가 공개 기업이 아닌바, 수익원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온라인에 흩어진 정보들을 종합해 봤을 때, 여타 SaaS들이 그렇듯, 사용자별로 받는 구독료에서 발생하는 ARR, 그리고 솔루션 형태로 제공되는 고객사 맞춤형 제품 구축을 통해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RR을 살펴보자면, 중소기업(SMB/MM) 고객들에게 사용자 수만큼 연 구독료를 받는 Seat Based Pricing을 적용하고 있는 듯한데,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의 한 유저는 Alphasense의 사용자당 연이용료가 $5000~7000 정도라고 한다. 이것이 정확한 수치인지 확인할 길은 없었지만, 블룸버그의 4~6천만 원대 구독료를 생각하면 동사의 가격정책은 꽤 합리적이다.
CEO인 Kokko 또한 2016년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가격은 고객사의 협상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사용자당 연간 수천 달러 정도의 요금을 청구한다”고 밝히며 위와 같은 추정치에 신빙성을 더해준다.
22년도에 Kokko는 TechCrunch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동사가 아직은 수익성이 없지만, 이가 선택에 의한 것이라 답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매출원가가 주로 인건비와 마케팅비 밖에 나오지 않는 SaaS 특성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동사의 해자라고 할 수 있는 독점형 / 고급 컨텐츠 (위에서 언급된 Wall Street Insights, 전문가 인터뷰 스크립트 등) 데이터베이스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관리하기 위해서 유의미한 규모의 비용 (라이센스나 저작권 비용 등)이 매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일반적인 SaaS와 비교 시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이다.
이와 더불어 동사 관계자는 Alphasense가 내부적으로 LLM을 학습시키며 테스트 중이라고 밝혔는데, 앞으로 LLM 기반 서비스가 동사의 제품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 (모델 트레이닝 비용 등) 또한 고려해야 할 것이다.
valuation
BOND가 이끈 가장 최근의 투자 라운드에서 동사가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25억 달러(한화 약 3.3조 원)였다. 알파벳의 캐피탈G가 이끌었던 바로 직전 라운드에 대해 보도한 CNBC에 따르면, 동사는 2022년에 ARR이 1억 달러(한화 약 1,300억 원)을 돌파했고, ZoomInfo에 의하면 연 매출 자체는 2.1억 달러(한화 약 2,800억 원) 정도이다. 전체 연 매출이 2.1억 달러고, 이 중 SaaS 모델에 의한 ARR이 1억 달러 정도라고 가정했을 때, PSR10은 약 12(25/2.1)가 산정된다.
이것이 적절한 값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동사와 사업적으로 유사한 피어 기업들을 선정한 뒤 그들의 PSR을 알아보았다.
상장 / 비상장 기업 모두와 비교 시, 동사의 몸값은 높게 평가된 편임을 알 수 있다. 최근 라운드의 투자자들이 이러한 고평가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도구는 GenAI와 LLM 트렌드다. 실제로 동사를 소개하는 최근 기사의 대부분은 동사를 ‘AI Unicorn / Startup’이라 포장하고 있다.
Google and Microsoft-backed AI unicorn AlphaSense snaps $150M at $2.5B valuation
Alphabet leads $100 million investment in AI startup AlphaSense
최근 GenAI 스타트업들이 밸류에이션을 진행할 때 받는 프리미엄을 생각하면 동사의 매출 대비 높은, 그리고 가파르게 갱신되고 있는 몸값이 납득은 된다. 그러나 위에서도 강조하였듯이 동사 사업의 본질이 (아직은) AI에 있지 않고, 이들의 제품에 GenAI가 적용된다고 해서 그 효용이나 제공 가치가 근본적으로 변할 것으로 판단하기 어렵기에11, 동사가 현재 자신의 몸값이 적정한 것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 비금융권 버티컬들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고, 보다 넓은 사용자층에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말이다.
동사가 이전부터 향유해 오던 검색/자료 처리 기반 비즈니스가 LLM과 맞물려 큰 성장을 이루기에 좋은 재료인바, 자금 조달을 위해 스스로의 정체성에 GenAI/LLM를 조금씩 편입시키고 있다.
공격적으로 라운드를 갱신하며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을 보아, 당장의 중장기적 과제들 (비금융권 버티컬 진출 및 주 사용자층 강화)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12이라 할 수 있으며, GenAI/LLM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나서의 잠재성까지를 인정해 줬을 때 현재의 기업가치가 정당화될 것이다.
competition
동사는 전장 곳곳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금융 데이터에 초점을 두면 레드오션을 마주하게 되고, 타 버티컬에서는 지속해서 효용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선 주요 금융 데이터 서비스 중에 동사와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곳들을 살펴보자. 이미 자세히 다룬 블룸버그를 제외하고 훑어보자면:
Refinitiv Eikon
Refinitiv Eikon은 블룸버그와 유사하게 금융사들을 주 고객으로 하면서 더 낮은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1년도에 LSEG(런던증권거래소 그룹)에 인수되기도 했고, 원자재, 채권, 주식 등에 특화된 자료 조회 및 그래프/차트 생성 기능 등이 주를 이룬다. 톰슨 로이터 소유였던 서비스인만큼 풍부한 양의 실시간 뉴스와 각종 산업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면 Eikon은 경쟁업체들에 비해 기술 / 개발자 친화적인 행보를 보이며 자사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나 금융 모델링 알고리즘을 API로 공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금융 업계 이외의 영역으로도 유연하게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S&P Capital IQ
S&P Capital IQ는 각종 기업 공시, 실적 보고서, 인수합병 거래 내역 등의 소스로부터 숫자를 크롤링해 온 다음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가공해 주는 것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여러 형태의 비정형화된 자료들을 검색에 용이하도록 바꾸는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동사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사모시장에서의 각종 인수합병 및 투자 내역 기록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애초에 S&P 500 지수를 만드는 S&P Global 제품군이니 산업 관련 정보는 방대할 수밖에 없다.
FactSet
FactSet 또한 기업별 재무 정보 및 기업이 속한 산업에 대한 분석 제공에 강점을 보이는 서비스다. 이들의 차별점 중 하나는 기업별 프로파일과 현황을 파악하기 쉬운 UI를 지니고 있으며, 기업 재무 정보를 엑셀로 불러오기 편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많은 금융업계 종사자, 특히 IB 업에서 댜수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22년도 FactSet이 SEC에 제출한 연간사업보고서를 확인하였을 때, 매출 YoY 성장율 자체는 9%대 남짓이었지만, 비금융권 고객(기업 고객, VC 등)의 YoY 수적 증가세는 20%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동사와 마찬가지로 성장 동력으로 비금융권 버티컬 확장을 노리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희망적인 소식은 상기의 경쟁자들이 아직 비금융권 버티컬을 금융권만큼 장악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이미 조 단위의 매출을 발생시키는 대기업이기에 동사만큼 간절하게 타 버티컬로 진출하기 위한 도전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밖에도 동사와 제공하는 가치가 정확히 겹치지는 않지만, 최근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LLM 기반 지식엔진 스타트업들이 있다. 세콰이어로부터 투자를 받은 Hebbia, Glean 등은 기업이 내부적으로 쌓아놓은 지식과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새로운 정보들을 학습하여 기업 내의 결정권자들이 고민에 빠질 때마다 효율적인 선택을 하도록 돕는 도구를 개발한다.
이들의 상당수는 아직 LLM이 기업 내부 지식을 학습해 대답을 생성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목적: 기업들이 더 효율적인 선택을 내리도록 돕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각종 산업 정보에까지 관심을 두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동사의 필드에 침투하지 않을 수 없는데, 재밌는 점은 동사가 이들 젊은 스타트업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리라는 것이다. 동사는 그간 사용자들이 기업 바깥에 있는 정보: 세상 흘러가는 이야기, 다른 회사들의 소식 등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했다면, 앞으로는 자신들의 서비스가 기업 내부의 데이터와도 자연스럽게 연동될 수 있도록 새 기능을 추가할 것이다.
이로써 동사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도 늘어나고 고객들에 대한 락인(Lock-In) 효과도 증대될 것이다. 결국 기업 내부와 외부의 정보라는 반대편에서 출발한 신흥 경쟁자와 동사는 각자의 서비스가 성장해 감에 따라 서로의 영토를 노리게 된다.
key opportunities
vision: google for business research
동사가 검색에 대해 지닌 강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이들은 서비스 다각화에 성공하여 단순한 시장 조사 소프트웨어 툴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리서치를 위한 구글로 발전할 여지가 있다.
현재 동사의 사업 모델은 P를 쫓는 방식 (적은 수의 고객들에게 높은 값을 받고 팔아 매출을 발생)이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아가 Q까지 쫓는 방식, 더 대중적이고 가벼운 서비스 또한 시도해 볼 수 있다. Slack이 직원 수천, 수만의 대기업에서부터 3명으로 짜인 학교 프로젝트 팀에게까지 널리 쓰이듯이13. 동사 또한 결국 여러 버티컬을 추구하는 전략을 끝까지 밀어붙이다 보면 이러한 지점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버티컬을 쪼개고 쪼개다 보면 개인에게까지 도착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동사가 현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반 (뛰어난 검색 및 정보 처리 기능, 해자로 작용하는 데이터베이스) 위에 더 값싸고 접근성이 좋은 인터페이스와 제품을 설계하여, 일반 개인 투자자 (retail investors), 스타트업 (IR 등을 준비하고자 하는), 학생들 (과제나 공모전 등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조사를 해야 하는)의 삶 속에까지 침투하는 것이다.
이 비전이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첫째로, WolframAlpha 같은 예시를 떠올려 보라. 특정 분야에 특화된 기능들을 탑재한 다음, 프리미엄 요금제를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검색 엔진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동사 또한 이와 유사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어쩌면 에릭 슈미트, 이어서 알파벳이 동사에 투자할 때 이러한 그림을 그렸을지도 모르는 일.
둘째로, LLM wave가 동사가 더 보편적이고 유연한 형태의 서비스를 출시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이다. 기업이 여러 지식들을 검색해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LLM 기반 검색 엔진들이 물밀듯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서비스들의 등장이, 더욱 많은 버티컬과 프로파일의 이용자가 “효과적인 검색 도구의 도움을 받아 의사 결정/업무 과정을 효율화시킨다”라는 시나리오에 더 익숙해지도록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 동사가 수익화할 수 있는 시장의 파이가 더 넓어지고 견고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성장에 대한 비전을 상상하기는 쉽지만, 그것이 실체화될 수 있으리라 장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길게 서술한 동사의 “이루어질 수도 있는” 성장에 높은 기대를 걸어봐도 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적당히 중후하고, 필요한 만큼 재빠르다
동사는 아직 스타트업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하지만, 10년 넘게 금융 데이터 / 비즈니스 리서치 시장에서 살아남으며 연륜과 노하우를 쌓은 독특한 체질의 기업이다.
동사는 무수한 양의 컨텐츠와 더불어 업계 (그것도 가장 보수적인 금융 업계) 내의 평판과 신뢰도를 확보함으로써 쉽사리 함락되지 않는 해자를 구축하였다. 한편, GenAI 트렌드에 발맞춰 관련 기능을 재빠르게 출시하고, 지속적으로 제품을 업데이트하는 등 애자일한 모습도 보여준다.
앞으로도 상충하는 두 정체성의 균형을 잘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지만, 주 고객층의 기반이 금융 산업에 있고 추후에도 큰 기업들을 상대로 세일즈를 해야하는 회사라는 점, 그러나 동시에 필요하다면 전혀 다른 고객들(버티컬, 프로파일)에게도 손을 뻗어야 한다는 점에서 동사의 독특한 체질은 이들의 명확한 강점이다.
북미 외 지역으로의 확장
동사의 경쟁사인 Factset은 매출 중 상당 부분이 북미 이외의 EMEA (유럽, 중동, 아프리카)/APAC(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한다. 시장 조사 및 비즈니스 리서치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유의미한 양이 존재한다는 뜻인데, 동사의 경우도 북미 외 지역으로 성공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면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리라 판단된다. 이들은 실제로 최근에 싱가포르 지부를 새로 개설하였으며, 이미 APAC 지역에서 삼성, 페트로나스, HSBC 등을 고객으로 유치하고 있다.
매력적인 Exit Opportunity
동사에 관한 뉴스를 다룰 때 자주 언급되는 사실 중 하나가 바로 동사가 얼마나 명망 있는 투자자들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관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들 중 다수가 동사의 제품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업을 향유하고 있는지라, 재무적 / 전략적으로 많은 기회를 동사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구글 (캐피탈G): 구글 또한 독자적인 GenAI 시스템인 Bard를 출시하였고, GenAI/LLM 주도권을 가져가고자 할 것이므로, 특정 버티컬에 특화된 Alphasense가 구글의 플랫폼과 여러 방향으로 결합하거나 협업할 여지가 존재
골드만삭스 등 월가 거물들: 동사가 금융권 고객을 대상으로 시작된 금융 데이터 서비스인 만큼, 투자자 겸 주요 고객이 되어줄 여지가 존재하며 신규 고객 유입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장기적으로는, 동사가 이들 투자자 중 그 누구에게 인수된다고 해도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물론 동사의 CEO는 매각을 통한 Exit이 무게를 두고 고려되는 옵션이 아니라고 했지만, 객관적으로도 동사의 Exit Opportunity나 투자자를 통해 받을 수 있는 메리트가 매력적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GenAI/LLM
동사가 최근 AI 스타트업으로 소개되는 만큼, GenAI/LLM 부문에서의 가능성을 짚고 넘어가야만 한다. 동사에게 있어 GenAI/LLM 열풍은 굉장히 미묘한 변화일 것이다. 10년 동안 묵묵히 기업용 산업 검색 엔진을 만들어 오고 있었을 뿐인데, 마침 쌓아온 내공과 해자가 GenAI/LLM 스토리에 걸맞은 재료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동사가 GenAI/LLM을 기회 삼아 드라마틱한 성장을 거둘 수 있다고 단정 짓기에는 이르다.
거듭 강조하였듯이, 동사의 본질은 검색 엔진이다. 따라서 인류가 검색 엔진을 대하는 태도와 관습 자체가 LLM으로 인해 재탄생한다면, 동사 또한 그에 걸맞는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LLM으로 인해 검색 행위의 대전환이 일어나지 않았기에, 동사는 당장의 검색 엔진이 더 많은 버티컬에 도입될 수 있도록 실험을 지속하는 동시에 GenAI/LLM 분야의 신제품 개발도 병행해야 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에 처해있다. 그러한 처지를 동사 또한 잘 이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에는 ASLLM이라는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답변을 챗봇 형태로 제공하는 Assistant 기능을 공개하기도 했다.
장기적인 전망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단기적으로 GenAI/LLM 트렌드는 동사에게 언론의 관심과 투자금 유치라는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앞으로 실질적인 제품에서의 GenAI/LLM 활용으로 얼마나 고객들에게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때이다.
key risks
strong competition
기본적으로 동사가 지닌 기술적 해자가 그리 깊지 않다. 이들이 그동안 축적해 온 각종 산업 데이터, 기술력, 그리고 업계 내 평판 및 고객 관리 노하우 등을 총체적으로 바라본 정성적 의미의 해자는 깊다고 할 수 있지만, LLM에 관한 실질적인 연구는 이제 막 시작한 듯하고, 기업/산업 데이터에 특화된 검색 기술도 아예 모방 불가능하다고 할 수준은 아니다.
그렇기에, 상투적이지만, 동사의 가장 큰 리스크는 경쟁사들에 패배하는 것이다. 자본력과 인맥으로 무장한 기존 시장의 거대 금융 데이터 기업들이 다른 버티컬, 더 작은 고객들로 눈을 돌리고, GenAI/LLM 스타트업들이 속도와 기술력을 앞세워 기업용 검색 엔진 산업을 혁신한다면 더 이상의 J커브적 성장은 불가능할 것이다.
low # of icp (ideal customer profile)
동사가 큰 성공을 이뤄낼 수 있을까를 고민했을 때, 가장 큰 병목이 될 요소는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가장 사랑할 ICP의 양적 부재다.
현재 단계에서 동사의 ICP는 기업 기획팀 혹은 IR 부서 근무자에 가장 가까운데, 이들은 업무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일을 맡고 있을지는 몰라도 양적으로는 그리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상업적으로도, 서비스적으로도 고평가 받는 대표적인 SaaS, Slack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보편성이 높은 ICP를 지니고 있기 때문 (직책, 부서, 연차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다른 사람과 연락할 니즈는 존재한다)
Slack의 고객사가 성장하면 그와 동시에 Slack의 매출도 비례해서 상승했기 때문(Slack의 고객사가 성장하면 직원 수가 증가한다는 뜻이고, 직원 수가 늘면 Slack이 그만큼 받는 요금도 늘어나기에)14
위 두 가지 요소가 SaaS 회사가 대성공을 거두기 위해 필수적인 조건이라 믿는다15.
그러나 동사는 이러한 조건을 그다지 충족하고 있지 않다: 전 직원이 동사가 제공하는 기능을 필요로 하지 않고, 동사의 고객사가 성장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동사의 매출 증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두 조건을 충족하는 방향에 가까워지기 위해서 상기 key opportunities에서 명시한 서비스 다각화의 비전을 이뤄내서, “비즈니스 리서치를 위한 구글”로 변모해야 한다.
현 수준에 남게 된다면, 지금의 파이를 지키기만 해도 시가총액 1~2조 정도의 회사는 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와 비견될 수 있는 회사로 나스닥 상장사인 Enfusion을 들 수 있다.
Enfusion은 수적으로 보편적이라고 할 수 없는, 자산운용사 직원들/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회사로, 22년도 매출이 1.6억 달러 (한화 약 2,100억 원)이며 시가총액이 10.6억 달러 (한화 약 1.4조 원)이다. 동사와 제공하는 제품의 형태나 서비스의 가치는 상이하지만, 소수의 금융 계열 지식 노동자를 타겟으로 Q보다 P가 앞세워진 사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고 매출 규모 또한 비슷하다16. 동사가 지금까지 이어온 방향성과 다른 결의 발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여태 하던 것 더 열심히 하기”에 머물렀을 때 이들은 Enfusion 정도의 열매를 수확하게 될 것이다.
ending thoughts
동사는 여러 측면에서 재미있는 기업이다. 2010년대에 창업한 회사임에도 근래에 큰 규모의 투자 라운드를 성공시키며 주목받고 있고, 10년의 긴 역사 동안 시장과 세상에 맞춰 자신의 색깔을 바꿔왔다. 전형적인 스타트업처럼 쿨한 이미지나 바이럴리티를 추구하지 않으며, 대다수 사람에게는 잘 보이지도 않는 영역에서 사업을 영위한다.
그렇기에 동사의 향후 행보와 결과는 많은 주장에 대한 뒷받침 혹은 반증이 되어줄 것이다. 이들의 제품과 전략이 어떻게 변화하며, 얼마나 많은 부를 창출해 낼지를 유심히 지켜보자. 산업 정보계의 구글이 될지도 모르는 Alphasense의 미래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안은 채, 이번 리포트를 끝낸다.
Written by Deokhaeng Lee
Edited by Doyeob Kim
Special thanks to Junseon Yun and Juhyu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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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는 ‘비즈니스 리서치(Business Research)’ 대신 ‘마켓 리서치(Market Research)’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글을 썼었다. 그러나, 마켓 리서치가 일반적으로 잠재 고객들에게 설문 및 인터뷰 등을 진행하여 제품의 가능성을 파악하는 시장 조사를 칭하는 단어임을 깨닫고 수정하였다.
흔히 RA(Research Analyst/Research Assistant)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Alphasense는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이므로 내가 실제로 이들의 서비스를 이용해 본 다음 남기는 후기가 아님을 밝힌다. Alphasense 홈페이지와 온라인에서 제공되는 정보들을 종합하여 간접적으로 체험한 것을 기록했다.
WayBack Machine을 통해 확인.
User interface for use with a search engine for searching financial related documents, System for searching and analyzing documents in the financial industry 등에 대해 특허권을 보유 중.
Alphasense의 손익과 관련된 공개된 정보 중 순이익에 관한 것이 존재하지 않아 PER을 계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더불어, SaaS 회사의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는 회사가 당장 내는 이익보다 매출의 성장성에 더 비중을 두는 경우가 많다. 애초에 2000년대 이후에 설립된 상장 SaaS 기업 중 11%만이 이익을 발생시키고 있다.
사실 이 점은 근래 급부상하는 많은 GenAI 스타트업들에게 공통으로 해당하기도 한다.
Alphasense의 투자 라운드에 대해 다룬 기사들/보도 자료에서는 이들이 투자 자금을 시장에서의 기회 확대를 위한 연구 개발과 인수합병 등을 위해 활용할 것이라고 한다.
쉬운 비전은 절대 아니다. 서비스의 이미지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보통 지나치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비춰지면 그만큼 대형 기업 고객들이 떠나가게 될(보안 상의 이유로) 리스크도 동시에 감수해야 한다. 이런 위험 요소를 이겨내고 넓은 스펙트럼의 고객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Slack, Trello, Google/Microsoft Office 등의 제품들이 위대한 것.
Not Boring의 Slack 옹호 글에서 보다 자세히 다뤄지고 있다.
물론 이는 P보다 Q를 좀 더 염두에 둔, 실리콘밸리적 접근법이긴 하다. 블룸버그처럼 사기적인 P를 가지고도 제품이 엄청나게 중요한 기능과 해자를 보유하고 있다면 이 두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
이에 상기 valuation 섹션에서 피어로 포함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