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마이크로소프트 vs IBM, 마이크로소프트 vs 애플, 구글 vs 야후, 페이스북 vs 틱톡…세계 기술업계의 역사 속에는 야망, 혁신, 낭만, 그리고 배신으로 얼룩진 기업 간의 라이벌리가 가득하다. 이러한 경쟁 관계들은 업계 전체 수준을 상향 평준화시킴과 동시에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인재와 똑똑한 젊은이들에게 성공과 부를 안겨다 주었다.
그렇기에 쟁쟁한 두 기술 기업 간의 대결을 관전하는 일은 언제나 가치 있고 흥미롭다. 그 어느 때보다도 스타트업 시장에 많은 금융/인적 자본이 몰리고 있는 지금, 수많은 크고 작은 기술 기업들의 경쟁은 오늘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 중 이미 빅테크가 되어버린 회사들을 제외하고, 이제 막 떠오르고 있는 신성 간의 경쟁 중 최근 업계 사람들 입에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라이벌리를 꼽자면 단연 기업 지출 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Brex와 Ramp의 라이벌리일 것이다.
Brex와 Ramp는 2010년대 후반(Brex 17년도, Ramp 19년도)에 설립된 핀테크 스타트업들로, 최신 기술과 매끄러운 UI/UX를 적용한 법인 카드를 만들어 파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제 이들은 기업의 지출과 관련된 모든 영역(공급업체와의 계약, 업체 간 비용 지불, 예산 관리, 회계 관리 등)을 혁신하고자 한다.
Brex와 Ramp는 각자 수많은 저명한 투자자들1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수조 원 기업가치2를 기록하며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같은 시장에서 활동하고 고객에게 비슷한 가치를 제공하는 만큼 정말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많은 차이점 또한 존재한다.
이번 Pinpoint Research 글에서는 이러한 Brex와 Ramp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유심히 관찰하며 둘 중 과연 누가 기업 지출 관리 소프트웨어 시장의 승자가 될지를 점쳐보고자 한다. 그러한 과제를 수행하다 보면 B2B 핀테크 산업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인지에 대한 힌트 또한 얻어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34.
이번 포스트는 낭만투자파트너스(낭투파)의 후원 하에 작성되었습니다!
낭만투자파트너스는 한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전/현직 VC 심사역과 투자업계 종사자분들이 모여 결성한 팀으로, 매우 매우 양질의 블로그 운영을 시작으로 아지트 운영, 오프라인 이벤트 개최 등 실험적인 시도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낭투파 블로그에는 상장 투자와 비상장, 스타트업 투자, 그리고 기술업계 전반에 대한 재밌는 글들이 가득합니다. 중간 중간에 인간미 넘치는 '낭만'에 관한 고찰들은 덤이고요.
개인적으로 '낭만'은 현실의 녹록치 않음을 애써 무시하며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야하는 스타트업과 뗄래야 뗄 수 없는 키워드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 또한 낭투파의 글들을 무척 좋아하고, 항상 읽으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낭투파의 글들과 이들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신 독자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방문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Rivalry Overview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Brex와 Ramp가 각각 어떤 회사인지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Founding Story
Brex와 Ramp는 창업자들의 배경과 창업 과정에서부터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Brex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락스타 유형의 창업가 둘-엔히크 두부그라스(Henrique Dubugras, 28세, 現 Brex Co-CEO)와 페드로 프란세스키(Pedro Franceschi, 27, 現 Brex Co-CEO)—을 아버지로 두고 있다. 브라질에서 온 두부그라스와 프란세스키는 10대 때부터 코딩과 컴퓨터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는데, 트위터와 스카이프를 통해 친해진 이후 같이 Pagar.me라는 결제 스타트업을 창업하게 된다.
Pagar.me는 총거래액 $1.5B를 찍고 나서 이내 브라질의 다른 결제 회사에 의해 인수당한다. 그리고 두부그라스와 프란세스키는 소년 성공 신화를 씀과 동시에 같이 스탠포드에 합격한다5. 그러나 스탠포드에서 한 학기 남짓을 보낸 이들은 “대학 생활이 기대한 것만큼 재밌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새 회사를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YC 17년 겨울 배치에 합격하고 스탠포드를 중퇴한 둘은 VR 스타트업을 만들어보고자 했는데, 이 시도는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다. 둘이 VR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두부그라스와 프란세스키는 VR 대신 자신들이 잘 아는 결제 영역에서 새 발걸음을 내딛기로 한다-주변 스타트업들이 법인 카드 발급받는 것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포착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위한 법인 카드 발급 회사’ Brex를 설립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기업 카드를 발급해 주는 카드사들은 FICO 점수(미국 신용 점수) 그리고 개인 보증(personal guarantee) 등을 요구했는데 대부분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나이도 어리고 대학생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카드사가 원하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던 것.
자신들의 YC 배치 동기들(batchmates)과 이야기를 여러 차례 나눈 뒤, 두부그라스와 프란세스키는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동기들이 그냥 체크 카드에 YC로부터 받은 돈 $120k를 넣어서 다니거나 본인 개인 카드를 이용해서 회사 비용 처리를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해 주는 Brex를 설립하자마자 주위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첫 고객으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었고, 이때부터 Brex의 고속 성장에 불이 켜졌다.
스타트업들에게 법인 카드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시작한 Brex는 자연스레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사들의 재무/지출 관리도 해결해 주기 시작, 단순한 카드 회사에서 고객사의 지출을 똑똑하고 편리하게 관리해 주는 종합 기업 자산 관리 플랫폼으로 변모한다.
“스타트업을 위한 쿨한 법인 카드와 거기에 붙어오는 자산 관리 소프트웨어”는 사실상 Brex가 세계 최초로 성공시킨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Brex는 해당 시장의 개척자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러다 보니 당연히 매출과 기업가치 면에서도 선두를 달리게 된다. Brex는 22년도에 전년도 대비 200%의 매출 증가세를 보였고, $12.1B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시리즈 D-2 투자를 완료한다. 그야말로 법인 카드 스타트업 시장의 젊은 왕이다.
이렇게 화려하고 모험적인 길을 걸어온 Brex와 반대로 Ramp는 좀 더 현실주의적이고 조용하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회사다. 굳이 따지자면 Brex가 래리 엘리슨, 일론 머스크라면 Ramp는 팀 쿡, 빌 게이츠.
Ramp의 공동 창업자인 에릭 글리먼(Eric Glyman, 現 Ramp CEO)과 카림 아티예(Karim Atiyeh, 現 Ramp CTO)는 하버드에서 처음 만났다. 이 둘이 함께 설립한 회사는 Ramp가 처음이 아니다. 그 이전에 Paribus라는 스타트업을 같이 만들었는데, Paribus는 일반인 고객들이 일상생활에서 하는 소비들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분석하여 더 싼 가격에 동일한 상품을 구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Paribus에 대한 아이디어는 금융과 아시아에 관심이 많아 매 여름마다 중국으로 건너가 일을 하고 경험을 쌓는 것을 즐기던 글리먼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한다. 비행기를 탈 일이 많았던 글리먼은 자신이 이미 구매한 항공편의 가격이 이후에 낮아진 것을 확인하고 짜증을 느꼈는데, 이 불편함이 Paribus에 대한 영감을 제공한 것이다.
Paribus 팀은 YC 15년도 여름 배치로도 선발되고6, 이후에는 미국의 금융회사인 캐피탈 원(Capital One)으로부터 인수당한다. 회사가 흡수됨에 따라 자연스레 글리먼과 아티예도 캐피탈 원의 신용 카드 부문에서 몇 년 동안 일을 하게 되었는데, 이 기간 동안 이들은 신용 카드업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때 느꼈던 것 중 하나가 신용 카드가 작동하는 메커니즘과 실제 카드 사용자들의 이해관계 사이의 불일치였다. 신용카드는 포인트, 캐시백 등을 통해 고객이 더 많은 돈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게 설계되어 있는데, 정작 고객이 실제로 원하는 건 그저 자신들의 계좌에 더 많은 현금이 남아있는 것임을 깨달은 것이다.
이에 글리먼과 아티예는 “실제로 신용카드가 사용자가 돈을 절약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궁금증을 가지기 시작했고, 이것이 발전하여 “기업들이 지출을 줄일 수 있게 도와주는 플랫폼”이라는 아이디어까지 이어지게 된다. 마침내 2019년 캐피탈 원을 떠난 글리먼과 카티예는, Paribus 그리고 캐피탈 원에서 함께 일했고 오랜 친구기도 했던 진 리(Gene Lee)와 손잡고 Ramp를 공동창업한다.
초창기 Ramp는 뉴욕에 자리 잡았고, 가장 처음에 만들었던 기능은 기업 카드와 더불어 고객사의 지출 중 중복 소비를 감지하고 고객사가 대금을 지불하는 공급업체들을 분석하여 고객사의 비용을 종합적으로 절감해 주는 기능이었다. 마치 Paribus의 기업 버전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이때 당시 Ramp를 이용하기 시작한 고객들로는 Ro(2017년에 창립된 원격 의료 회사), Candid(2017년에 창립된 치아 교정 스타트업), Eight Sleep(2014년에 창립된 매트리스 회사) 등이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Ramp는 이후 급속도로 성장하여 Brex와 마찬가지로 법인 카드, 지출 관리, 공급업체/계약 최적화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고객사에 제공하는 종합 지출 관리 회사의 모습을 갖춘다. 창업한 지 3년도 지나지 않은 2022년, Ramp는 $100M 매출을 달성하였고 같은 해 $8.1B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Ramp는 Brex보다 2년 늦게 설립된 후발주자이지만 오늘날에는 명실상부 법인 카드 스타트업 시장에서 Brex의 왕좌를 노리는 강력한 라이벌이 되었다.
One Liner
여기까지 읽으신 독자 분은 Brex와 Ramp가 어떤 회사인지 어렴풋하게 감은 잡혔으리라 생각된다. 그 흐릿한 그림을 좀 더 선명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Brex와 Ramp가 스스로 자신들을 정의하는 One Liner, 그리고 이들의 현 타겟층과 전략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보겠다.
각 회사의 홈페이지에서 Brex와 Ramp는 자신들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Brex - The AI Powered spend platform: spend smarter with integrated cards, expenses, travel, and payments - in 100+ countries
Ramp - Spending made smarter: easy-to-use cards, spend limits, approval flaws, vendor payments, and more - plus an average savings of 5%
사실상 Brex와 Ramp가 표방하고 있는 자신들의 정체성은 ‘더 똑똑한 지출 관리 플랫폼’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는 Brex나 Ramp나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점이 ‘사용하기 어렵고 낡은 법인 카드/기업 지출 관리 시스템’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둘은 이름만 다른 동일한 기업인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고객에 제공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가치는 일치하지만,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기 위한 전략과 스스로 앞세우는 기능에서 Brex와 Ramp는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Brex: 스타트업&대기업(Large enterprise) 고객 타겟 + 해외 출장, AI와 관련된 기능 강조
Ramp: SMB(Small & Midsize Business)를 포함한 광범위한 기업 고객 타겟 + 공급업체/거래처 관리와 관련된 기능 강조
위의 Founding Story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러한 Brex와 Ramp의 전략/전술적 차이는 그들의 기원으로부터 비롯된다. 비록 지금은 덩치를 키우기 위해 ‘기업 지출 관리’라는 지점을 두 회사 모두 바라보며 달리고 있지만,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Brex는 법인 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는 스타트업들을 위해 법인 카드를 만들어주는 것이, Ramp는 업종 불문하고 기술을 이용해 고객사의 지출을 어떻게든 줄여주는 것이 1차적 목표였던 것을 떠올려보라.
Brex의 경우 원래는 Ramp처럼 광범위한 기업 고객을 목표로 하였지만, 22년도에 더 이상 SMB(투자 받은 스타트업이 아닌, 그냥 일반적인 중소기업들)를 자신들의 고객군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선언하였다.
앞으로 나올 세부 분석들을 읽을 때 이러한 두 회사의 전반적인 차이와 그 아래에 깔린 맥락을 염두에 두고 읽는다면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이다.
Stats
Brex와 Ramp의 정량적 비교다. 수치로만 살펴보았을 때:
Ramp 2019년 창업, 직원 1,100여 명, 23년 매출 $295M(추정치), 밸류에이션 $7.6B(22년도에 $8.1B 밸류를 인정받았지만 23년 8월 라운드에서 밸류를 $5.8B로 낮추고 투자를 받았다. 그랬다가 얼마 전인 4월 18일에 $7.6B 밸류로 투자받았음을 알리며 서서히 기업가치가 다시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이 사항이 있다면, Brex와 Ramp가 각각 처리하는 총거래액(TPV-Total Payment Volume)에 대한 논쟁이 최근 X(트위터)에서 있었다.
발단은 Sacra에서 공개한 Ramp passes Brex라는 글 때문이었는데, 이 글에 의하면 Ramp의 TPV가 23년도 말 기준으로 $30B를 찍으며 Brex의 TPV를 뛰어넘었다고 한다. 이 글은 곧바로 X 상에서 큰 화제가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Brex 앰버서더인 Shai Goldman이 반박하는 트윗을 남긴다.
Shai Goldman은 Sacra의 그래프는 Ramp의 서비스상 전체 TPV(카드, Bill Pay 등을 전부 포함)와 Brex의 카드 TPV를 비교한 것이라며, 제대로 된 비교를 위해서는 Ramp의 전체 TPV와 Brex의 전체 TPV를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공개한 각 회사의 전체 TPV 그래프는 다음과 같았다.
이에 관련하여 Brex와 Ramp의 매출 그리고 수익성에 관한 이야기는 뒤에서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Product
Brex와 Ramp는 정말 많은, 또 동시에 서로 비슷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Brex와 Ramp 홈페이지에 들어갔을 때 뜨는 제품군 소개 창도 사소한 차이 빼고는 아예 똑같을 정도.
이는 지속해서 언급했듯이, 양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점이 큰 갈래에서 동일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 넓은 스펙트럼의 고객사를 지원하지 못하던 기존의 법인 카드
직관적이지 않고 고객이 다양한 기능들을 직접 만지기 어렵던 기존의 법인 카드/지출 관리 UI/UX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고 있던 기존의 법인 카드
물론 디테일적인 차이점들은 존재한다. 아래는 각각 Brex와 Ramp가 상대와 비교해서 자신들의 이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적어놓은 표다. 이걸 보면 Brex, Ramp가 각각 강조하는 자신들의 강점을 알 수 있다.
Brex가 강조하는 건 크게 출장 경비 처리(Travel&Expenses)과 글로벌 기능, 그리 Cash(Business) Account다.
Ramp가 강조하는 건 기업 조달 관련 기능, 캐시백 기능, 기존 기업 ERP와의 연동과 자동화 등이다.
Brex와 Ramp의 다양한 제품군들은 대부분이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이는 Brex/Ramp가 고객에게 직접적으로 요금을 받기보다 고객이 자신들의 서비스를 이용해서 결제하는 금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오는 수익모델에 주로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Brex/Ramp도 보편적인 SaaS와 유사하게 무료 버전이 존재하고, 사용자당 추가 요금을 지불하면 더 많은 기능을 사용하게 해주는 유료 버전이 존재하긴 한다. Brex/Ramp 각각의 현 요금제는 아래와 같다.
이제 좀 더 세밀하게 이들의 주요 제품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겠다8.
크게 Similarities(Brex와 Ramp가 공통으로 제공하는 제품들), Only on Brex(Brex에서만 제공), Only on Ramp(Ramp에서만 제공)로 구분하였다. 이 중 Similarities를 적을 때는 유의미하게 큰 기능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서술의 대상이 Brex인지 Ramp인지 따로 명시하지 않았다.
Similarities
Corporate Card(법인 카드)
법인 카드는 Brex와 Ramp가 구축한 생태계의 시작점이자 구심점이 되는 제품으로, 이들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Brex와 Ramp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지출’과 관련된 모든 활동이 자신들의 서비스 위에서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목표인데, 법인 카드는 이러한 큰 그림을 위한 첨병이다. 일단 고객사가 자사의 법인 카드를 이용해야 고객사의 다양한 지출 활동에 접근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다른 서비스들을 자연스레 소개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인 카드는 Brex와 Ramp가 가장 초창기에 출시한 제품인 동시에, 아직도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제품이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Brex와 Ramp의 카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신용 카드(Credit Card)가 아니라 차지 카드(Charge Card)라는 것이다. 청구일마다 자신이 카드로 지불한 금액을 전부 갚지 않고 다음 달로 이자를 붙여 이월시켜도 되는 신용 카드와 달리, 차지 카드는 매달(혹은 카드사가 정해놓은 특정 기간마다) 반드시 사용한 금액만큼을 카드사에 이체해야 한다9. 다시 말해 Brex와 Ramp의 고객사들은 법인 카드를 이용해서 긁은 총액을 반드시 정해진 기간 안에 현금으로 Brex/Ramp에 지불한다. 이러니 두 회사는 카드 사업에 한해서는 이자 수익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카드를 통해 결제하는 금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갈 뿐이다.
차지 카드라는 점 이외에도 Brex와 Ramp가 지닌 공통점으로는 기존의 법인 카드들과 다르게 카드에 연결된 고품질 소프트웨어(웹 기반 대시보드 + 모바일 앱)를 고객사에 제공하여 더 유연한 회사 비용 관리 경험을 선사한다는 것이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 예시로 정말 많은 기능이 존재하지만, 핵심적인 몇 가지만 뽑으면:
목적에 따른 실물 카드(physical card)와 가상 카드(virtual card) 발급
직원들에게 법인 카드를 나눠주다 보면 특정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카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소셜 미디어에 광고 태우는 비용만을 결제하기 위한 카드, 복지혜택만을 결제하기 위한 카드, 회식비만을 결제하기 위한 카드 말이다.
Brex와 Ramp에서는 이런 특수한 목적이나 역할을 지닌 실물 카드 혹은 가상 카드를 관리자가 대시보드를 통해 손쉽게 발급할 수 있다. 카드마다 서로 다른 책임 직원 및 소비 정책/제약 등을 설정해 놓을 수 있다.손쉬운 한도/소비 정책 설정
회사 전체, 혹은 카드마다 개별적으로 한도/소비 정책을 만들어서 적용하는 일이 아주 쉬워진다. 모든 Brex/Ramp의 카드는 프로그래밍이 된 규칙에 따라 작동하기 때문에, 관리자가 “이 유형의 업체-술집-에서는 결제를 할 수 없다,” “레스토랑에서 100불 이상 지불을 했으면 영수증을 제출해야 한다” 등의 정책을 만들어 놓으면 자동으로 해당 조건에 맞는 결제가 발생할 때마다 적절한 조치가 취해진다.실시간 비용 모니터링
Brex/Ramp 대시보드에서 어떤 카드가, 혹은 어떤 직원이 얼마만큼의 금액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볼 수 있으며, 회사 전체의 지출 및 예산 집행 상황, 그리고 그와 관련된 인사이트들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가 돈을 제일 많이 쓰는 분야는 어딘지(예: 교통비, 식비 등), 제일 반복 결제가 많이 발생하는 서비스나 장소는 어딘지 등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Brex와 Ramp 모두 기존 법인 카드 발급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회사들10을 타겟하기 위해 기존 법인 카드들 대비 관대하고 유연한 가입 조건을 내걸었다.
연회비가 없다($0).
창업자/사업주가 카드 지출에 대해 개인 보증(personal guarantee) 제공할 필요가 없다.
창업자/사업주의 개인 신용 점수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
엄청나게 빠른 심사 및 발급 속도
그런 Brex와 Ramp 카드도 세부적인 가입 조건 및 과정에 있어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자세한 사항들은 아래 표에 정리해 놓았다11.
흥미로운 점은 Brex는 카드 종류를 Daily Payments와 Monthly Payments로 구분했다는 것이다. Daily Payments는 매일 그날 카드로 결제한 만큼의 대금을 Brex에 지불해야 하는 차지 카드로, 사실상 체크 카드라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Daily Payments로 가입하는 것이 Monthly Payments로 가입하는 것보다 조건이 훨씬 덜 까다롭다.
이 밖에도 Brex는 명백히 유망한 스타트업이 아니면 아예 건실한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는 강소/중견기업 이상의 기업들을 타겟하고 있다는 것이 가입 조건과 혜택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스타트업이 아닌 회사가 Brex Monthly Payments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1년 매출이 최소 $4.8M은 되어야 하는데, 이는 한화 약 65억 원에 달하는 상당한 금액이다. 이 기준들을 뚫고 가입한 회사들은 Brex의 카드를 이용해서 결제를 할 때마다 결제 금액에 비례하여 포인트를 지급받게 된다. 이 포인트는 다양한 제휴사 서비스 할인 등을 위해 이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코인베이스를 통해 암호화폐로 환전할 수도 있고, AWS 크레딧으로 바꿀 수도 있다. 스타트업들이 애용할 만한 기능이다.
이와 반대로 Ramp는 덜 쿨하고 느리게 성장하는 회사들도 포용하는 편이다. Ramp의 서비스를 정식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업체의 은행 계좌에 $75,000이 현금으로 있기만 하면 된다. 한화 약 1억 원 정도로, 적은 돈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자리잡은 자영업자라면 충분히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금액이다. 또한 Ramp의 혜택은 다양성과 개성이 가득한 Brex의 포인트 시스템과는 다르게 모든 결제에 대해 일괄 1.5% 캐시백 제공으로 간결하다. 이는 Ramp 공동창업자들의 “고객사 비용 절감 우선” 철학이 반영된 결과로 보이는데, 이들은 Forbe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고객들과 이야기하며 확신을 가지게 된 믿음은 포인트는 이들을 크게 돕지 못한다는 것이다-포인트는 쌓여봤자 회사의 장기적 결과를 바꾸지 못한다, 대신에 회사들이 재정적으로 더 효율적인 모습이 되도록 돕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다”라고 생각을 밝힌 적이 있다.
Expense Management(지출 관리)
지출 관리 플랫폼은 법인 카드 기능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기능으로, 고객사 직원들의 지출을 정리/분석/관리할 수 있는 일종의 대시보드다. 회사 재무팀이 맡는 업무 중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사용한 돈의 비용 처리’와 관련된 업무 대부분을 자동화 해주거나 시간을 단축해 주는 것이 목적이다.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사용한 돈의 비용 처리’의 본질은 크게 두 가지다.
1) 영수증 처리(소비의 정체를 명확히 밝히고 허락되는 소비와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 그리고 2) 회계 처리(정당했던 소비를 기록으로 남기기).
첫 번째 영수증 처리에 대해 살펴보자. 고객사 직원이 Brex나 Ramp의 카드를 이용해서 결제했는데, 만약 그 카드에 적용된 지출 정책이 직원으로 하여금 영수증/결제 세부 내역을 제출하기를 요구한다면 Brex/Ramp는 직원에게 이 사실을 이메일이나 앱 알림 등을 통해 통보해 줄 것이다. 그럼 직원은 자신의 영수증을 사진 찍거나 파일에 첨부하여 Brex/Ramp에 업로드한다. Brex/Ramp는 자체적으로 방금 받은 영수증이 어떤 거래에 해당하는 것인지를 찾아내어 그 거래와 영수증을 매칭한 다음 고객사 지출 관리 플랫폼에 올려놓는다. 일반 회사에서 흔히 하는 ‘영수증 붙이기’ 등의 잡무가 필요 없어지는 것이다.
더불어 회사의 재무 담당자는 이렇게 정리된 영수증과 거래 내역들을 손쉽게 조회하며, 만약 그 중 회사 내규에 어긋나는 것이 있거나 더 설명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Brex/Ramp를 통해 해당 직원에게 통보할 수 있기도 하다.
두 번째로 회계 처리. Brex와 Ramp 모두 자사의 지출 관리 플랫폼을 외부 회계 프로그램(오라클 Netsuite, 인튜이트 Quickbooks 등)과 연결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위 영수증 처리에서 지출 관리 플랫폼에 기록된 지출들을 자동으로 외부 회계 프로그램으로 보내줘서 회계 보고 양식에 맞게 정리할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자동으로 장부 상의 오류나 다시 검토해야 할 항목을 찾아내서 관리자에게 알려주기 때문에, 기존에 인간이 직접 해야 했던 일들의 상당수를 줄여준다.
Bill Pay
Bill12 Pay(Accounts Payable)는 고객사가 다른 회사로부터 인보이스를 전달받고, 그 인보이스를 토대로 그 회사에 넘겨줄 대금과 지불 방법 등을 정한 다음에, 관리자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고 돈을 보내는 과정을 효율화해 주는 소프트웨어다.
위는 기존의 회사들이 공급업체로 대금을 지불하던 일반적인 과정을 나타내고 있다. 공급업체로부터 인보이스를 전달받으면, 회사는 그 인보이스의 내용을 회계 프로그램에 직접 입력한다. 이후 그 지불에 관한 내용을 이메일 혹은 대면 회의를 통해서 관계자나 상급자로부터 허가받는다. 그런 다음에야 수표나 온라인 뱅킹을 통해 공급업체에 대금을 송금한다.
그러나 Brex/Ramp의 Bill Pay를 이용하면 위 과정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을뿐더러 작업의 일부분을 자동화까지 할 수 있다.
고객사가 Brex/Ramp에 공급업체로부터 받은 인보이스를 업로드하면 Brex/Ramp는 OCR이 적용된 AI를 통해 인보이스의 내용을 자동으로 추출하다. 이를 통해 해당 지불의 구체적인 사항을 파악하고, 만약 고객사가 사전에 생성해 놓은 Bill Pay 규칙 중 해당 지불에 적용되는 것이 있다면 이를 자동으로 따른다. 또한 관계자/상급자의 승인도 모두 Brex/Ramp 상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훨씬 빠르고, 허가만 떨어지면 돈은 고객사가 선택한 방식에 따라 Brex/Ramp가 자동으로 보내준다. 거래가 끝난 이후 이 내역을 외부 회계 프로그램에 자동으로 연결해 주는 건 덤이다.
이러한 Bill Pay가 Brex와 Ramp에 중요한 이유는 Bill Pay가 꼭 카드를 거치지 않고 발생하는 회사와 회사 간의 거래들13도 Brex/Ramp가 다루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Bill Pay 덕분에 Brex/Ramp는 TPV를 크게 늘림과 동시에 법인 카드 시장에 국한된 것이 아닌 B2B 결제 시장 전체에 접근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AI
Brex와 Ramp 모두 AI 관련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는데, 브랜딩 측면에서는 Brex가 LLM을 이용한 AI를 더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Brex는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서 자신들을 “The AI Powered Spend Platform”이라고 칭할 정도이다.
Brex의 경우, AI가 독립적인 제품군으로 활용되기보다는 Brex가 이미 지니고 있는 제품들의 기능 중 자동화되거나 자동화함으로써 확장될 수 있는 기능들을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사 직원이 자신이 카드를 이용해 할 수 있는 소비의 종류가 무엇이 있는지 질문을 하면 LLM 챗봇이 답을 준다거나
ML 모델을 이용해서 매니저나 관리자들이 다시 한번 검토(review)해봐야 할 지출들을 필터링해서 보여주는 식이다.
Ramp의 경우 현재 제공하고 있는 AI 제품으로 Ramp Intelligence가 있다. 전반적으로 Brex와 결이 비슷하지만 아직은 LLM에 크게 힘을 쓰기보다는 자사 모듈 제품들의 기능 중 자동화가 도입화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자동으로 고객사가 구독/돈을 지불하고 사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를 더 싸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준다거나
고객사 직원이 법인 카드로 소비를 했을 때 그 내역과 영수증을 자동으로 매칭해서(OCR 등 이용) 고객사 지출 관리 대시보드에 업로드해준다거나 하는 식이다.
Ramp도 최근에 AI 코파일럿을 출시하기는 했다. Brex에서와 마찬가지로 고객사 직원들이나 고객사 매니저/관리자가 자사 지출과 관련된 내용을 질문하면 자동으로 답변해 주는 비서 역할을 수행한다.
Only on Brex
Travel
Brex Travel14은 23년도 3월에 Brex가 공개한 출장 경비 처리 플랫폼이다. Brex 고객사 직원은 마치 Expedia나 Agoda에서 그러하듯 Brex Travel에 들어가서 자신의 출장을 위한 항공편, 자동차 렌탈, 숙박업소 등을 직접 찾고 예약할 수 있다.15 Brex가 이렇게 자신들의 플랫폼 내부에 네이티브 여행 예약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었던 건 Spotnana라는 스타트업과 제휴를 맺었기 때문이다. Spotnana는 TaaS16 회사로, 기업 고객사 등이 자사의 API를 이용하여 다양한 항공편, 자동차 렌탈, 숙박업소 예약 등을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Ramp에도 Travel 관련 서비스는 존재하나, 외부 예약을 통한 경비가 발생할 시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그 내역을 집계하는 방식이다. Brex는 상품 검색부터 예약, 비용 관리를 모두 한 플랫폼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으니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더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Travel’은 Brex가 자신들의 웹 사이트 One Liner에서도 따로 언급하고 있는 키워드로, Brex가 이렇게까지 출장에 집중하는 이유는 아마 더 큰 규모의 대기업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함일 것이다. 큰 비용이 발생하는 장거리/해외 출장이 잦은 것은 주로 대기업 혹은 급속도로 성장하는 스타트업인 경우가 많으므로.
Business Account
Brex는 법적으로 은행이 아니다. 그러나 고객사(주로 스타트업)들이 투자받은 자금 등을 저축해놓고, 필요할 때마다 출금해서 사용할 수 있는 Business Account라는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만약 Brex 카드를 Daily Payments(날마다 대금 지불)로 사용하고 싶은 고객사가 있다면, 무조건 Business Account를 개설하여 그 계좌를 직원들이 사용하는 Brex 카드와 연결해 놓아야 한다.
Brex가 은행이 아닌데 어떻게 고객사의 돈을 대신 보관해 줄 수 있는 것일까? 이는 Business Account가 파트너 은행들 그리고 MMF라는 뮤추얼 펀드 위에 만들어진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Brex는 Business Account를 ‘현금 관리 계좌(cash management account)’라 부르고 있는데, 일종의 파트너 은행들의 계좌와 뮤추얼 펀드라는 백엔드 위에 씌워진 매끈한 디자인의 프론트엔드라고 볼 수 있다.
고객사들이 Business Account를 개설하고 해당 계좌에 돈을 넣을 때, Brex는 파트너 은행들의 계좌에 돈을 저축할지 아니면 MMF에 돈을 투자할지 두 가지의 선택지를 준다. 고객사의 선택에 따라 Brex는 고객사의 돈을 옮겨놓을 뿐이다. 실체는 파트너 은행과 MMF에 있고 Brex는 고객에게 보여지는 화면.
만약 고객이 파트너 은행에 현금을 저축해놓기로 선택한다면, Brex는 파트너 은행과 고객을 연결해 주며, 신규 고객(예금)을 소개해 준 대가로 중간에서 파트너 은행과 이자 수익을 나눠가진다. 브로커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고객이 MMF에 현금을 투자하기로 선택한다면, 고객은 1년에 약 4.9% 정도의 수익률을 얻고 자산을 늘릴 수 있다. 이 경우에도 Brex는 MMF로부터 12B-1 Fee라고 불리는 마케팅/중개 비용을 지불받는다.
Sacra에서 추측한 2023년 Brex의 매출 중 ‘deposit revenue’라는 항목이 있다. 이것이 아마 Business Account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파트너 은행과 MMF로부터의 중개료)으로 추정되는데, 한 해 동안 $105M였다고 한다.
Empower
Empower는 Brex의 다양한 제품군 모듈들을 모두 하나로 이어 사용하게 해주는 고가의 SaaS 서비스이다. 22년도 4월에 출시되었고, 고가이고 매우 다양한 기능들이 제공되는 만큼 대기업 고객(Enterprise)을 겨냥하여 만들어졌다.
Empower를 이용하는 고객은 Brex의 여러 개별적인 기능들을 각각 사용함과 동시에 그 기능들을 서로 연계시켜 주는 기능들(회사 예산 종합 관리, 실시간 지출 분석, AI 등)을 통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Ramp도 Ramp for Enterprise나 Platform이라는 이름으로 회사의 모든 비용 관리를 한 화면에서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긴 한다. 그러나 Brex만큼 기능 통합 SaaS에 대해 중요하게 홍보하고 있지는 않다. Brex에게 Empower는 ‘대기업(Enterprise)을 위한 재무 자동화 소프트웨어’로 밀고 있는 중요한 제품군으로, 카드 수수료에 비해 마진이 많이 남는 사업부문이다.
실제로 Brex는 23년 5월에 Empower를 통한 ARR이 $100M을 돌파하였음을 발표하며, Empower가 Brex 성장의 중요한 한 축을 계속해서 담당하고 있음을 알렸다.
Only on Ramp
Vendor Management
Ramp의 Vendor17 management는 고객사가 공급업체들과 체결한 계약을 모두 추적하면서, 고객이 더 비용을 절감할 방법을 알려주고, 고객이 어떤 공급업체들에게 돈을 얼마나 지불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고객의 비용을 절감할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Ramp는 고객사가 공급업체와 맺은 계약을 분석하여, 다른 유사한 회사들이 그 공급업체와 맺은 계약과 비교한다. 이를 통해 고객사의 계약 혹은 견적이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에 이루어진 것인지를 고객사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은 글리먼이 Ramp 초창기 그리고 파리버스 시절부터 시도해왔던, 알고리즘을 통해 중복 결제를 탐지하고, 이를 고객에게 알려주어 비용 절감의 효과를 발생시켰던 메커니즘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고객 비용 절감”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는 Ramp의 면모가 드러나는 제품군이라고 할 수 있겠다.
Business Model & Financials
*아래 등장하는 숫자들은 모두 Sacra (Ramp가 Brex를 TPV에서 제쳤다고 공표해 X에서 관심을 모은 사설 리서치 단체, 달 $50으로 구독 가능)의 추측 (24년도 1월 작성)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Brex와 Ramp 모두 주 BM은 카드 결제 수수료에 기반한 것이지만, 현재 BM을 점점 더 다각화하려는 시도를 진행 중이다.
BM 다각화를 하려는 이유야 많겠지만 가장 큰 이유로는
매출의 외형적 성장 도모
수익성 향상: 수수료 수취는 TPV 대비 마진율이 높지 않다.
법인 카드 시장의 소비재화를 대비한 리스크 희석: Brex와 Ramp가 촉매가 되어 앞으로 다른 모든 법인 카드들도 현대적인 기능과 깔끔한 UI/UX를 제공하게 된다면, 법인 카드가 마치 소비재처럼 바뀌어 누가 더 수수료를 낮게 설정하느냐의 게임이 될 수도 있다. 그럴 때를 대비하여 수수료 이외의 수익원도 발굴해 놓을 필요가 있는 것.
이 예상된다.
구체적인 다각화 방향성을 살펴보자면, Brex는 수수료+예금 수익(Business Account)+SaaS, Ramp는 수수료+SaaS 모델로 나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보여준 성과로만 봤을 때 다각화를 더 열심히 하고, 더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는 건 Brex 측이다.
Brex와 Ramp를 각각 들여다보기 이전에 카드 수수료의 작동 원리를 잠깐 알아보자.
사용자가 Brex나 Ramp 카드를 이용하여 $100짜리 결제를 했을 때, 이 중 2.8%($2.80)18가 전체 수수료로 떼어진다. 수수료 $2.80 중 $1.60이 Brex/Ramp에게 흘러가고, 나머지 $1.20은 카드 네트워크를 제공한 네트워크사나 은행에게 흘러간다.
$1.60 중 또 다시 일부는 고객에게 캐시백이나 포인트 보상의 형태로 돌아가게 되고, 이것까지 빼고 남은 $0.20-$0.60 정도가 카드를 통해 Brex/Ramp가 최종적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다. 위에서 수수료 수취의 마진율이 별로 높지 않다고 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Brex
수익 모델
Brex는 크게 세 종류의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다.
수수료: Brex 카드로 고객이 결제를 할 때마다 수수료를 수취해 간다. 정황상으로는 단순한 일상 속의 카드 이용 말고도 Bill Pay 기능을 통해 고객이 타 업체에 대금을 지불할 때 카드를 이용한다면 이때도 수수료를 가져가는 듯하다.
Business Account: 위에서도 명시했듯이 파트너 은행과 MMF에 고객을 연결해 줄 때마다 은행과 MMF로부터 중개료 내지는 수수료를 받는다. 특히 은행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이자 수익과 연결되어 있어서, 금리가 높을 때 Business Account를 통한 매출도 덩달아 상승한다고 한다.
Empower: Brex가 대기업 고객들을 위해 출시한 SaaS이므로, 정기적으로 기업 고객들로부터 구독료를 받는다. 구독료가 구체적으로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했다.
23년 매출 $319M(추정치)이나, 아직 흑자 전환은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 모델 별 비중
Brex는 23년 5월 Business Account와 Empower가 둘 다 $100M ARR을 달성했다고 공표한 바 있다. 또한 Sacra에서는 Brex의 Deposit(Business Account) 매출이 약 $105M 정도라고 했으므로 그 근처 수치라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Business Account → $105M
Empower → ~$100M
수수료 → ~$114M
X에서 벌어진 논쟁을 기초로 역산해 보았을 때, 23년에 Brex의 TPV는 $63B 정도이고, 이 중 카드를 통한 거래액이 약 $12B 정도가 된다. TPV를 측정하는 방법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나머지 $40B 정도는 Bill Pay, Business Account를 통한 출입금 등에 해당할 것이다. 순수하게 Brex 카드를 이용해서 발생한 TPV의 비중이 20% 정도인 것을 알 수 있다.
Brex의 23년도 전년도 대비 매출 성장률은 48%로, 22년도의 12%보다 크게 증가하였는데, 이는 23년도 3월에 발생했던 SVB 파산 사태 당시 SVB를 이용하던 고객 중 일부분이 Brex Business Account로 넘어오며 Business Account의 자산이 $4B에서 $7B로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큰 사건이 없다면 24년도의 매출 성장률은 48%보다 낮을 것이다.
이와 별개로 The Information에서는 Brex의 연 매출을 $279M, 연 손실을 $200M 정도로 추정했다.
Ramp
수익 모델
Brex와 다르게 Ramp는 대부분의 매출이 수수료로부터 발생한다.
수수료: Brex와 마찬가지로 사용자들이 Ramp 카드를 이용해서 결제할 때 수수료를 수취한다. 여기에 더해서 Bill Pay 대금 결제가 Ramp 카드로 이루어질 때도 수수료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기타: Ramp Plus, Ramp for Enterprise 등을 이용하는 기업 고객들이 지불하는 SaaS 구독료가 있을 것이지만, 매출 비중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SaaS 이외에도 Ramp Flex라고 하여 고객사가 공급업체에 지불해야 할 대금을 Ramp가 먼저 지불해주고, 고객사는 추후에 약간의 수수료를 덧붙여 Ramp에게 돈을 갚을 수 있는 일종의 대출/할부 서비스가 존재한다. 출시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아직 Flex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크지는 않을 것이나, 앞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23년 매출 $295M(추정치)이나, Brex와 마찬가지로 아직 흑자 전환은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Sacra에 의하면 Ramp의 TPV는 2023년에 $30B였는데, 이 중 카드를 통한 거래액이 $18B이고 Bill Pay를 통한 거래액이 $12B에 달한다고 한다. 순수하게 Ramp 카드를 통한 거래액이 60%이다.
Market/Competition
현재 Brex와 Ramp의 SAM은 기업 지출 관련 시장 중에서도 법인 카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장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며,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다.
21년도에 미국 내 발생한 B2B 결제의 규모는 $25T에 달했는데, 이 중 오직 4%만이 카드를 통해 이루어졌다. 나머지는 수표, 현금, ACH와 같은 전통적인 방법을 통해 이루어진 것들. 전 세계로 눈을 돌리면 규모는 더욱 커진다. 22년도에 전세계에서 발생한 B2B 결제는 $149T 규모에 달했다. 21년도에는 전 세계 $120T어치 B2B 결제 중 $1.5T만이 법인 카드를 통해 이루어졌다. 숫자를 자세하게 분석해 볼 것도 없이 앞으로 카드 결제로 옮겨올 여지가 존재하는 금액의 규모가 정말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B2B 결제가 수표, 현금, ACH 중심에서 카드 등을 통한 디지털 결제 중심으로 바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19
Brex와 Ramp의 23년도 TPV를 합치면 $93B가 된다. 미국 내 B2B 결제 규모 $25T를 고려하면 이 둘이 지금까지 차지한 영토의 268배, 전 세계 결제 규모 $149T를 따졌을 때는 1602배나 되는 땅이 이들은 기다리며 열려있다. 그만큼 Brex와 Ramp가 게임을 잘 플레이하기만 하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성은 정말 큰 기업들이라는 소리다.
그러나 ‘법인 카드’가 Brex와 Ramp의 유일한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Brex와 Ramp는 정말 말 그대로 ‘기업 지출,’ 혹은 더 나아가 ‘기업 재무와 관련된 모든 것’을 다루고자 하는 야망을 품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세부 시장들까지 다 합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Brex와 Ramp의 장기적 TAM은 법인 카드(Corporate Card) + 지출 관리(Expense Management) + 은행(Bank) 시장에 각각 걸쳐있다.
그러나 TAM이 이렇게 광범위하다는 것은 다시 말해 여러 시장이 경쟁자들로부터의 공격과 도전을 직면해야 한다는 뜻이다. Brex와 Ramp가 사업을 영위하고 있거나 아마 높은 확률로 진출할 카테고리들에 존재하는 주요 플레이어들은 다음과 같다20:
지출 관리(Expense Management): SAP Concur, Stripe, Airbase, Expensify, Divvy
은행(Bank): Mercury
법인 카드(Corporate Card): Amex, CapitalOne, Spendesk
출장경비 관리(Travel&Expense Management): Navan, TravelPerk
대금 지급(Bill Pay): Bill.com, TeamPay
급여 관리(Payroll): Rippling, Deel
중요한 것은 상기 경쟁자들도 Brex와 Ramp처럼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자신의 버티컬이 아닌 다른 버티컬로 진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인 카드로 시작하지 않았던 곳들이 법인 카드를 만들기 시작했고(Mercury), 지출 관리를 제공하지 않았던 곳들이 지출 관리 기능을 출시하기 시작했다(Bill.com). 한 마디로 좀 날고 긴다고 하는 기업 고객 대상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Brex와 Ramp처럼 ‘기업 재무와 관련된 모든 것’을 장악하고자 하는 꿈을 꾸고 있는 상황이다. Brex와 Ramp가 앞으로 차지할 수 있는 땅이 넓은 만큼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길은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Brex와 Ramp 사업의 근본인 기업용 카드 분야에서도 이들이 마음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아직 Amex 정도의 경쟁자가 Brex나 Ramp의 약진에 대해 직접적인 조치를 공개적으로 취한 것은 없지만, 상장사인 Bill.com이 지출 관리 플랫폼인 Divvy를 21년도에 인수하여 자사 서비스의 일부로 편입시킨 것을 보아 다른 대기업들도 이와 유사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실제로 Amex의 VC 부분인 Amex Ventures는 Brex/Ramp의 경쟁사 중 하나인 Airbase에 투자를 집행했고, 이와 연관하여 CB Insights는 24년도에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M&A 시나리오 중 하나로 Amex가 Brex/Ramp 등에 대항하기 위해 Airbase를 인수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했다.
Valuation
우선 간단하게 Brex와 Ramp가 각각 매출 대비 어느 정도의 밸류에이션을 지니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Sacra에서 추정한 수치를 기반으로 했을 때, Brex의 23년 매출은 $319M이다. Brex는 현재까지 총 12번의 펀딩 라운드를 거쳤으며 22년 1월에 시리즈 D-2 펀딩을 받아서 $12.3B 짜리 회사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총 펀딩받은 금액은 $1.2B.
마지막으로 리드한 투자자들은 Greenoaks Capital과 TCV(Technology Crossover Ventures)이며 지금까지 투자했던 주요 투자자들은 YC, DST Global, 클라이너 퍼킨스, 맥스 레브친과 피터 티엘21 등이 있다. 아직 흑자 전환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매출 $319M과 밸류 $12.3B를 기준으로 PSR(Price-Sales Ratio)을 산출하면 38 정도가 나온다.
Ramp는 23년 매출 추정치가 $295M이며, 지금까지 총 10번의 펀딩 라운드를 거쳤다. 마지막 라운드는 올해 4월에 이루어진 시리즈 D-2 펀딩이며 이번에 받은 밸류는 $7.6B였다. 이로써 Ramp가 지금까지 조달한 총자금은 $1.9B($1.2B 주식 조달, $700M 부채 조달)인데, 눈여겨볼 점은 22년 $8.1B 밸류로 받은 투자 이후의 몸값 변화이다. 22년에 $8.1B 밸류로 투자를 받은 이후, Ramp는 23년 8월에 몸값을 30%나 깎아 $5.8B 밸류로 시리즈 D 펀딩을 진행했다. 밸류가 깎인 요인으로는 핀테크 업계 전반에 흘러 들어가는 투자금이 감소한 것과 부정적인 거시 경제 상황이 꼽힌다. 실제로 이번 투자에서 다시 상승한 밸류인 $7.6B를 찍으면서 22년도의 고점이었던 $8.1B에 근접, Ramp 밸류에이션의 휘청임은 거시 상황에 의한 일시적인 난관이었음이 증명되고 있다.
시리즈 D-2 라운드에서 Ramp는 $150M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였으며, 리드 투자자는 이전에도 Ramp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던 Founders Fund와 신규 투자자인 Khosla Ventures이었다. 특히 이번 라운드에서 쟁쟁한 신규 투자자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Khosla Ventures 말고도 세콰이아와 Greylock이 새로이 Ramp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까지 Ramp 펀딩에 참여했던 주요 투자자들로는 Founders Fund, Coatue, Thrive Capital, D1 Capital 등이 있다. Ramp 또한 Brex와 마찬가지로 아직 흑자 전환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매출 $295M과 마지막 밸류 $7.6B를 기준으로 PSR을 산출하면 25 정도가 나온다.
그렇다면 Brex/Ramp와 비견될 수 있는 경쟁사들은 어느 정도의 밸류에이션을 지니고 있을까?
상장사
Amex: 시가총액 $157B, 연 매출 $55.59B, 연 순이익 $8.25B, PER 19.45 PSR 2.66,
Visa: 시가총액 $566B, 연 매출 $33.35B,연 순이익 $17.7B, PER 31.76, PSR 17.13
Mastercard: 시가총액 $434B, 연 매출 $25.1B, 연 순이익 11.19B, PER 39.37, PSR 17.54
Bill.com22: 시가총액 $6.48B, 연 매출 $1.19B, 연 순이익 $(-115M), PER N/A, PSR 5.5
Expensify23: 시가총액 $121.84M, 연 매출 $150M, 연 순이익 $(-41M), PER N/A, PSR 0.79
비상장사
Divvy(Bill.com이 21년도에 인수, 지출 관리 기능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던 회사): 기업가치 $2.5B, 인수 당시 매출 ~$100M, PSR ~25
Navan(출장경비 처리 및 자동화에 집중한 스타트업): 기업가치 $9.2B(22년도 10월), 매출 $300M(22년도), PSR 30
Mercury(기업 전문 은행 스타트업, Brex Business Account와 유사): 기업가치 $1.6B(22년도), 매출 $15M(22년도), PSR 106
Airbase(Brex/Ramp와 거의 유사한 BM): 기업가치 $641M(22년도), 매출 $70M(23년도), PSR 9
전반적으로 Brex와 Ramp 모두 상장사에 비해선 높은 밸류에이션을, 스타트업/비상장사들과 비교하면 평균적인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았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Brex/Ramp는 그 기술과 잠재성을 고려하면 딱히 오버밸류를 받은 것은 아니다.
Comparison
드디어 이 리포트의 핵심이자 꽃이라고 할 수 있는, Brex와 Ramp의 1대1 비교로 넘어왔다. 위의 Product 섹션에서도 드러났지만, Brex와 Ramp는 표면적으로는 거의 동일한 제품들을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둘 중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것은 눈에 보이는 제품의 특징들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회사의 전략과 그리고 있는 큰 그림, 그리고 그 그림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취하는 태도 등이 될 것이다.
향후 시장 점유율(market share)은 누가 더 많이 가져갈 것인가?
누가 더 많은 매출을 달성하고, 높은 수익성을 보일까?
누가 더 빠르게 좋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누가 더 뛰어난 마케팅/영업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가?
첫 번째 관점, 향후 시장 점유율은 누가 더 많이 가져갈 것인가?
시장 점유율의 관점에서 Brex와 Ramp는 비등한 경쟁상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답에 대한 근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Brex와 Ramp의 타겟 고객군 전략 차이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Brex는 고성장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위한 제품을 만든다. 과감하게 SMB 고객은 쳐내면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선택했고, 살짝 과장을 보태서 부티크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런 Brex의 전략은 홈페이지에 등록된 고객 성공 스토리에서도 잘 드러난다. 소개된 기업들은 Doordash, Alchemy, Heirloom, Lemonade, Superhuman, Scale AI 등으로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대기업이 된 기술 기업 혹은 초기 스타트업들이 다수다.
반면 Ramp는 다양한 스테이지에 놓인 기업들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범용적인 제품을 개발한다. 스타트업, SMB, 대기업 모두를 타겟한다. 이들의 웹사이트에 소개되고 있는 고객사들은 Barry’s(98년 창업 헬스장 프랜차이즈), Webflow, Glossier(온라인 화장품 판매 업체), The Joffrey Ballet(비영리 발레 공연 단체), Walther farms(가족 경영으로 75년간 운영되고 있는 농장), 818 테킬라(켄달 제너 브랜드), Virgin Voyages(버진 계열 크루즈/엔터테인먼트 회사) 등이다.
확실히 Brex는 빅테크와 기술 분야에 고객이 치우쳐져 있고, Ramp는 비교적 더 다양한 유형의 고객들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차이는 Brex와 Ramp의 출생지에서부터 시작된 것이기도 하다. Brex는 애초에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태생의 회사이고, Ramp는 뉴욕 태생이다. 처음 영업을 뛸 수 있었던 고객들의 풀이 많이 달랐을 것이다. 24
Brex는 SMB를 고객으로 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Ramp는 SMB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기업을 노린다. 위의 Product 섹션에서도 다뤘지만, Brex의 Monthly payments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서 스타트업이 아닌 회사는 연 매출이 최소 $4.8M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자영업자와 같은 SMB들은 웬만하면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NAICS(북미산업분류시스템)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에는 총 18,232,567곳의 사업체들이 존재하는데, 이 중 연매출이 $4.8M 미만인 곳들이 대략 15,985,868곳들로, 전체 사업체의 87%를 차지한다.
다시 말해 Brex는 미국 내 사업체의 80% 이상을 주 고객군으로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다 Ramp의 고객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Brex도 원래는 SMB를 고객으로 삼았지만, 한정된 리소스를 가지고 SMB와 대기업이 원하는 서로 다른 제품들을 다 만들어줄 수 없었기 때문에 SMB를 내쳤다는 것을 기억하자. Ramp가 아직까지 스타트업, SMB, 그리고 대기업에게 모두 제공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유지하고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Brex가 해내지 못한 일을 Ramp는 해내고 있는 것이며, Brex에 비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다고 이 사실만으로 Ramp가 무조건 Brex보다 높은 시장 비중을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일단 고객의 수로만 보면 Brex가 시장의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 같지만, 고객이 기여하는 매출로 보면 또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전 세계 B2B 결제의 56%가량이 대기업(Large enterprise)에 의한 것이다.
또한 Brex는 자사의 서비스가 미국 밖 해외 기업들이 이용하기에 용이한 ‘글로벌’ 서비스라는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창업자인 두부그라스와 프란세스키의 출신지인 라틴 아메리카로 진출하기 위해 브라질과 멕시코 현지에서 직원들을 고용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쏟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총체적으로 고려했을 때, Brex는 Ramp에 비해 노릴 수 있는 고객의 절대적 수로는 밀리지만, 실제로 돈을 벌어다 주는 중요한 대기업 고객들 + 글로벌 진출을 통한 시장 확장으로 이러한 약점을 메울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따라서 시장 점유율의 관점에서 Brex와 Ramp는 비등하다.
두 번째 관점, 누가 더 많은 매출을 달성하고, 높은 수익성을 보일까?
Ramp가 이 관점에서 더 앞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1. Ramp는 더 적은 수의 고객 그리고 더 적은 양의 TPV에도 불구하고 Brex와 맞먹는 규모의 매출을 발생시켰다. 그 과정에서 고용한 직원 수는 더 적다.
Ramp는 25,000여 곳의 기업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50,000여 기업 고객을 지닌 Brex의 절반 정도 수준인데, 그럼데도 23년도 매출은 Ramp와 Brex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결제 수수료에 크게 의존하는 Ramp의 수익 모델을 고려했을 때, Ramp가 지출이 많은 알짜배기 고객을 잘 유치하였거나, Brex보다 더 높은 마진을 가져가는 방법을 찾았을 것이라 짐작해볼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측면에서 고객 수와 비례하여 Ramp의 TPV($30B)는 Brex의 TPV($63B)보다 적지만 Ramp의 매출 규모는 Brex와 비슷하다. 이 또한 Ramp가 Brex에 비해 높은 마진율을 지녔다고 생각될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Ramp가 대단한 이유는 이 모든 성과를 Brex보다 적은 수의 직원(Ramp 900~1000여 명, Brex 1000~1400여 명)을 가지고도 달성해 냈다는 것에 있다. 인건비가 사실상 지출의 대부분인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더 적은 인건비를 쓰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강점이다.
2. TPV 자체는 Ramp가 더 적지만, 순수하게 카드를 통해 발생한 TPV는 Ramp가 더 많다.
Ramp의 카드 TPV는 $18B(전체 TPV 중 60%), Brex의 카드 TPV는 $12B(전체 TPV 중 20%)로 Ramp의 TPV 중 순수하게 카드를 통해 발생한 것이 Brex보다 더 많다.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Ramp의 고객들이 Brex의 고객들에 비해 법인 카드를 더 많이, 더 자주 이용한다는 증거일 수 있고, 이는 그만큼 Ramp의 고객들이 Brex의 고객들에 비해 Ramp 생태계에 더 의존한다는 이야기다. 의존도가 높은 고객일수록 법인 카드 말고 다른 제품도 구매해서 사용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Ramp가 Brex보다 현존하는 고객들이 발생시키는 매출액 규모를 확장시키기에 더 용이한 상황에 있다고 볼 수 있다.
3. Ramp는 아직 수익 모델 다각화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기 이전이다.
23년도 매출이 Brex($319M)는 세 가지 다른 수익 모델에 의해 얻어진 것이며 Ramp($295M)는 거의 유일한 수익 모델에 의해 얻어진 것임을 잊어선 안 된다. 결제 수수료로 벌어들인 매출을 비교했을 때, Brex는 약 $114M, Ramp는 ~$295M이므로 Ramp가 Brex의 약 2.6배가 된다. Ramp 또한 앞으로 수수료 이외의 수익 모델을 계속 발전시킬 것인데, 이러한 수익 모델 다각화를 Ramp가 성공적으로 해낼 수만 있다면 Brex에 비해 더 큰 규모의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4. Ramp의 주 고객층은 Brex의 주 고객층인 스타트업에 비해 매출 안정성이 높다.
Brex가 현재 추구하는 전략은 스타트업 고객들을 베이스로, 스타트업 고객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해 감에 따라 Brex도 그와 같이 성장하는 것이다. 마치 Slack처럼. 그런데 이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에 우호적인 거시경제 환경’이 전제되어야 한다. 스타트업들이 많이 세워지고,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많이 받아서 저축하고 소비할 자금도 많이 생겨야 Brex가 그로 인한 직간접적 혜택을 본다.
그러나 전 세계가 코로나발 유동성 잔치를 지나서 22년도 고금리 시대를 겪으면서 목도하였듯이, ‘스타트업에 우호적인 거시경제 환경’은 지속해서 존재하기 어려운 변수다. 특정한 이유로 인해 스타트업에 대한 펀딩이 마르게 되면, Brex의 주 고객들은 Business Account에 저축할 돈도, Brex Card를 이용해서 결제를 진행할 돈도 떨어지게 된다. Ramp에 비교해 Brex가 매출이 불안정할 수도 있는 이유다.
5. 표면적으로 봤을 때, Ramp가 Brex에 비해 더 효율적인 경영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올해 초에 Brex는 전체 인원의 20%를 감축하는 대규모 인력 정리를 진행했다. 이 발표가 있기 전인 작년 말에는 Brex가 한 달에 태우는 현금이 ~$17M에 달한다는 The Information의 보도가 있었다. 이 보도에 의하면 Brex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금으로는 26년 3월까지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이와 상반되게 Ramp는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인력 정리를 단행한 적이 없으며, Brex에 비해 지출도 적은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관점, 누가 더 빠르게 좋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 관점에서도 Ramp가 더 높은 인재 밀도로 인해 우위에 있다.
자세한 근거로 들어가기 이전에, 3)번과 4)번 관점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Brex와 Ramp의 조직이 각각 어떤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관찰해야만 한다.
링크드인에 등록되어 있는 Brex와 Ramp의 직원들 포지션 비율을 확인하면 다음과 같다.
Brex : Engineering(393명-30%), Sales(162명-12%), Marketing(44명-3%) - 전체 1,355명
Ramp: Engineering(171명-18%), Sales(180명-19%), Marketing(65명-7%) - 전체 960명
전반적으로 흥미로운 점은
Brex는 머릿수로는 Ramp의 2배, 비율로는 Ramp의 1.5배가 되는 개발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
Ramp가 전체 직원수는 Brex에 비해 적은 것에 반해 영업+마케팅 조직의 크기와 비율은 Brex보다 높다.
그렇다면 Brex가 Ramp에 비해 엔지니어링과 제품 개발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수 있는데, 놀랍게도 그렇지 않다.
Brex와 Ramp는 제품에 업데이트가 있을 때마다 공식 홈페이지의 Product Announcement 섹션을 통해 발표하고 있다. 이곳에 얼마나 자주 업데이트가 올라오는지에 따라 Brex와 Ramp의 제품이 얼마나 빠르고 신속하게 발전하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24년 4월 첫째 주를 기점으로 이전 1년간 Brex와 Ramp가 각각 몇 개의 기능 업데이트를 진행했는지를 직접 세 봤다.
순수하게 횟수로만 따졌을 때, Ramp(88회)가 Brex(66회)보다 더 많았으면 많았지 결코 뒤지지 않는 수의 업데이트를 진행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Ramp의 사용자들은 전반적으로 Brex 사용자들에 비해 제품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G2에서의 리뷰 점수를 통해서 알 수 있다.
결국 Ramp는 더 작은 크기의 개발 조직을 가지고도 Brex와 맞먹거나 그 이상인 제품 개발 능력을 구축했다는 것이며 이는 Ramp가 1) 고도로 뛰어난 인재들을 유치하여 인재 밀도를 아주 높게 유지하고 있거나 2) 더 효율적인 조직 운영 및 개발 프로세스를 지녔다는 뜻이다.
Ramp 경영진과 내부자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 둘 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선 인재 밀도에 관해, Ramp는 대내/외적으로 공동창업자들이 회사를 단순히 일하는 곳이 아닌 “창업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거쳐 가는 학교”로 만들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이와 관해서 공동 창업자인 카림 아티예가 Operators와의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 인상적이다.
I want to build a talent brand that years down the road when these people started their own company,(this is the place) they look back where they all came from.
허술한 실험이긴 하지만 링크드인에서 스스로를 현재 Stealth Startup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힌 사람 중, Brex가 이력에 포함되어 있는 사람은 4명, Ramp가 이력에 포함되어 있는 사람은 10명이었다. Ramp의 “예비 창업자를 위한 학교”가 되겠다는 말뿐인 약속이 아닐 수도 있다는 증거. 어린 나이에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보통 대단히 똑똑하고 야망이 넘치는 이들이라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창업 꿈나무들을 회사에 끌어모으겠다는 Ramp의 인재 영입 전략은 Ramp의 인재 밀도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를 했을 것이다.
이런 높은 인재 밀도를 확보한 후 Ramp는 ‘velocity(속도)’를 강조하며 기민한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정착시켰다. Ramp의 제품 총괄자인, VP of Product 찰스 지오프가 Lenny’s Newsletter와 나눈 인터뷰에서 이러한 문화가 잘 드러난다.
At Ramp, our culture is velocity. It shapes every process and team ritual. It’s how we develop our people. It’s our solution to nearly every problem. And most importantly, velocity is key to our business strategy. It’s how we deliver on our mission to save customers their most valuable resources—their team’s time and money.
(...)
Any second you spend planning is a second you don’t spend doing. The moment you are aligned in a direction, you don’t need a high level of accuracy.
종합적으로, 이러한 Ramp의 특성들이 앞으로도 지속해서 유지될 수 있다면, 제품 개발 역량의 측면에 있어서 Brex와 Ramp 중 승자는 Ramp가 될 것이다.
네 번째 관점, 누가 더 뛰어난 마케팅/영업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가?
Ramp가 조직 크기 대비 더 큰 영업/마케팅 조직을 가지고 있어, 향후 더 유리할 것으로 생각된다.
Brex와 Ramp의 제품이 표면적으로는 거의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고, 둘 다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는 점에서 이 둘의 경쟁에서는 생각보다 영업력과 마케팅,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Brex 대비 머릿수로는 비슷하고(Brex 206명, Ramp 245명), 비율로는 약 1.8배(Brex 15%, Ramp 26%) 크기의 영업+마케팅 조직을 보유하고 있는 Ramp가 비교적 더 뛰어난 마케팅/영업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를 뒷받침하듯, 구글 트렌즈 결과를 보면 22년도 4월을 기점으로 Ramp card가 Brex card에 비해 더 많이 검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Ramp가 $8.1B 밸류에이션을 인정받고 투자를 받은 날이 22년도 3월 21일로, 이날에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큰 영향력을 지닌 Packy McCormick이 Ramp를 찬양하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뉴스레터인 Not Boring에 투고하기도 했다. 아마 이 시기 즈음에 Ramp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높아진 건 이러한 사건들의 영향력이 컸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람들의 여론이 모이는 공간들(X, Reddit 등)에서 Brex와 Ramp에 대한 글들을 찾아 읽다 보면 Ramp에 대해 좋게 생각하는 이들이 체감상 더 많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Brex도 평이 굉장히 좋지만, Ramp의 경우 UX가 마법 같다고 이야기하며 서비스를 거의 신봉하는 마니아층이 존재하는 듯하다.
이러한 여론이 Ramp의 의도적인 마케팅이나 영업에 의한 것인지 알 길은 없지만, 전반적으로 Ramp가 Brex에 비해 더 괜찮은 브랜드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음은 확실하다.
총체적으로 보았을 때, Ramp가 경쟁의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앞선 역량을 보유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접근할 수 있을 시장의 크기 면에서는 두 회사 모두 비등하지만, 수익성 및 제품 개발력, 그리고 브랜드 이미지에 있어서 Ramp가 Brex를 앞선다.
물론 Brex는 아직 설립 7년 차, Ramp는 설립 5년 차로 두 회사 모두 엄청 어리기 때문에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서 위의 분석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여지가 얼마든 있으며, 비교를 진행할 때 이용한 매출 데이터의 출처도 100% 신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본 리포트의 결론이 절대적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만약 내가 지금 돈을 굴려야 하는 VC이고, Ramp와 Brex 중 한 곳에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면 나는 Ramp에 투자를 집행할 것이다25.
Key Opportunities & Risks
Key Opportunities
26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Brex와 Ramp가 지닌 가장 큰 잠재력은 이들의 TAM이 수많은 혁신의 여지가 존재하는 기업용 지출 관리 시장이라는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기업 지출 관리 시장은 전통적인 고인물들의 전유물로만 남아있었다. 그만큼 혁신 기업이 파고들 여지가 많다는 이야기인데,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아이디어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금 두 기업은 기업의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돈을 사용하고 나서 그것을 회사가 사후적으로 관리하게 할 때 편리함을 제공해 주는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머지않아 돈이 사용되기도 이전에, 즉 회사 법인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기 이전 단계에서부터 고객사에게 효율성을 제공하며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해주는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다.
고객사가 지닌 예산과 물품, 자산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고객사에서 공급업체에 발주를 넣기도 전에 이미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제공하는 공급업체를 찾아내서 고객사에게 추천하기(고객사가 발주를 넣기 전에 이미 어떤 것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어떤 것이 좋을지 추천까지 다 해놔서 회사 재무팀은 그냥 승인만 누르면 되는 시스템 등)
이러한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Not Boring의 Ramp 글에서 보다 상세히 다뤄지고 있다.
그리고 Ramp는 실제로 Vendor management와 Bill Pay에 힘을 쏟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러한 비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만약 이런 정말 100% 자동화된 회사 비용 관리가 실효성을 지니게 된다면, Amex 등의 전통적인 플레이어가 뛰어넘을 수 없는 정말 큰 해자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Brex도 이러한 서비스 연구에 투자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핀테크는 크게 프론트엔드(Frontend) 혁신과 백엔드(Backend) 혁신으로 나뉠 수 있는데, 프론트엔드에서의 혁신은 사용자가 직접 교류하는 UI 단에서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로빈후드, 벤모, 스퀘어 등)이고, 백엔드에서의 혁신은 실제 결제 처리나 출입금 등 돈이 움직이는 인프라 단에서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Plaid, Stripe, Marqeta 등)이다.
지금의 기업 재무 관리 스타트업들은 대부분이 아직 프론트엔드 혁신에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있다. Brex/Ramp도 일단은 뛰어난 소프트웨어와 UI/UX로 사용자들을 사로잡은 것이고, 고객사의 돈이 실제로 움직이는 인프라 단계와 연결된 제품을 만들고 있지는 않다.
만약 위와 같이 자동으로 고객사의 수요를 파악하고 다른 업체에 시그널을 보내거나 송금을 할 수 있는 지출 관리 소프트웨어가 Brex/Ramp의 손에서 만들어진다면, 이때부터 비로소 Brex/Ramp는 풀스택 핀테크 업체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그만큼 총거래액과 매출 또한 크게 늘어날 것이다. 소비자 핀테크 시장에서 프론트엔드 혁신이 먼저 일어났고, 그 뒤를 이어 백엔드 혁신이 발생하였듯이, 기업용 핀테크 시장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것인데,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다면 Brex/Ramp에게 큰 이점이 될 것이다.
Risks
위 Market/Competition에서도 서술하였듯이, 현시점 Brex와 Ramp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과도한 경쟁으로 보인다.
특히 우려되는 라이벌로는 Stripe가 있다. Stripe는 실리콘밸리가 배출한 최고의 핀테크 기업 중 하나로, 개발자들이 손쉽게 서비스에 가져다 붙일 수 있는 결제 모듈을 제공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후에는 ‘결제’라는 키워드와 관련 있는 것은 모두 건드리기 시작해서 종합 B2B 핀테크 기업으로 거듭났다. 현재 이들의 One Liner는 “Financial infrastructure for the internet.”
이런 Stripe도 법인 카드를 출시해서 미국 내 일부 기업들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해보고 있는 상태다. 사실 Stripe가 Brex/Ramp와 사업 영역이 겹치게 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수순인데, Stripe가 주로 스타트업들의 결제 모듈을 만드는 것으로 성장한 만큼 스타트업들, 나아가 기업들 계좌에서 돈이 들어가고 나가는 과정 전반에서 수직적 계열화(vertical integration)를 이루고 싶어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Stripe는 성공적으로 계열화를 이룰 만한 재료도 다 가지고 있다. 이들은 위에서 서술한 금융의 백엔드에 해당하는 BaaS(Banking-as-a-Service) 제품군, 자사의 결제 모듈을 이용하는 고객사들이 타 업체에 인보이스를 발송하게 도와주는 Invoicing 서비스, 고객사의 매출 추이를 자동으로 분석해서 보고서를 작성해 주는 Custom Reports 서비스 등을 보유하고 있다. 전부 다 Brex/Ramp가 제공하는 법인 카드, 지출 관리와 결합하였을 때 시너지 효과가 엄청날 제품들이다.
물론 Stripe와 같은 경쟁사로 인해 Brex와 Ramp가 하루아침에 망할 일은 없다. 위의 Product 섹션에서도 살펴보았지만, Brex/Ramp가 개발한 제품들은 모두 B2B 결제 및 법인 카드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더불어 고객들로부터의 신뢰, 알고리즘, 파트너십 등 많은 겹의 해자를 지니고 있기에 쉽게 대체될 수는 없다.
또한 법인 카드나 B2B 결제 시장은 winner-takes-all 게임은 아니기 때문에27, Brex/Ramp가 잘 대처하기만 한다면 거센 경쟁 속에서도 여전히 크고 강한 회사로 성장할 수는 있을 것이다.
Ending Thoughts
Brex와 Ramp의 대결은 마치 배트맨과 조커처럼 수많은 공통점과 결정적인 차이점을 가진 두 거인의 서사다. 서부와 동부, 혁신적인 젊은 천재와 경험 많은 연쇄 창업가,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낙관주의와 효율주의의 충돌이 얽혀 있는 이 대결은 많은 생각해볼 점들을 시사해 준다. 둘 중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앞으로도 계속 따라가다보면 핀테크 업계, 기술 혁신, 그리고 기업 문화에 대해 많은 귀중한 배움들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위대한 기업이 되어가고 있는 Brex와 Ramp의 창업자들, 그리고 팀원들에게 큰 응원과 존경의 말을 남기며 끝마친다.
Written/Edited by Deokhaeng Lee
Many special thanks to Juhyu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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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x - YC, 타이거 글로벌, 클라이너 퍼킨스 등, Ramp - Founder’s Fund, Sequoia 등
Brex - $12B, Ramp - $7.6B
본격적으로 분석에 들어가기에 앞서 본 리포트가 지니는 의의와 목적성을 다룰 필요가 있다. Brex와 Ramp의 명성만큼 이들의 스토리와 강/약점, 제품을 다룬 좋은 글들은 이미 많이 존재한다. 실제로 이 리포트 또한 그러한 글들을 여럿 참조하여 만들어졌다. 대표적으로,
Ramping Up - Not Boring: Packy McCormick은 Ramp의 열렬한 지지자 중 한 명이며 투자를 집행하기도 했다. Ramp 경영진을 실제로 알고 지낼 정도로 가깝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회사에 관한 생생한 정보를 전해준다.
YC Essay - Brex: The Future of Business Finance and Cash Management
등이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이미 Brex와 Ramp를 다루는 글들이 많은데 굳이 왜 Pinpoint에서 하나를 더 추가하려고 하는 것인가?
첫째, 이번 리포트를 쓰면서도 확신을 가졌지만 우리의 리포트는 분명히 위의 글들이 제공하고 있지 않은 엣지를 담고 있다.
둘째, Brex와 Ramp가 아직까지는 미국과 서구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사업하는 회사이다 보니, 국내에는 두 회사를 이 정도로 깊이있게 다룬 글이 많이 존재하지 않는다. 영문 글들을 번역하고 재배치하여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것 자체에도 분명히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Brex와 Ramp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둘의 직접적인 비교만 읽고 싶은 독자 분이라면 곧바로 Comparison 섹션으로 넘어가길 추천드린다.
스탠포드에 입학하는 것이 두부그라스의 오랜 꿈이었다고 한다.
Brex와 Ramp의 뿌리가 모두 YC에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직원 수에 관해서는 CB Insights의 데이터를 참고하였다.
물론 이들의 제품들이 매우 많은 만큼 모든 것을 하나하나 살펴볼 수는 없다. Product 섹션의 목적은 오직 독자가 Brex와 Ramp가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 회사인지를 와닿게 이해하는 것을 도움에 있다. 그러니 매뉴얼처럼 자세한 설명보다는 주요한 몇 가지 포인트에 초점을 맞춰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차지 카드이지만 Brex와 Ramp가 자신들의 카드를 Credit Card로도 부르는 이유는 Brex와 Ramp 고객사들이 카드를 사용하며 대금을 성실히 지불하면 회사의 신용을 쌓을 수 있기 때문.
스타트업, 신용 기록이 많지 않은 신생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
‘Bill’은 청구서, 요금 안내서 등을 의미하는 영단어인데 본 리포트의 맥락에서는 ‘회사가 다른 회사(공급업체, 거래처 등)에게 특정 기간 안에 지불해야 하는 대금을 뜻한다. 회사가 다른 회사로부터 인보이스(Invoice)를 받아서 처리하는 결제면 거의 대부분이 이 ‘Bill’의 범주에 들어간다.
(물론 Bill Pay 이용할 때 카드를 이용해 지불을 할 수 있는 옵션도 있지만, 대부분 기업들은 수표, ACH 등을 많이 이용한다)
고객사의 출장 경비 처리를 위한 제품은 Ramp에서 먼저 22년도 2월에 Ramp for Travel이라는 이름으로 런칭했지만, Brex가 자사의 출장 관련 서비스인 Brex Travel을 마케팅적으로 더 밀어주고 있는 동시에 하나의 독립적인 서비스로 분리시켰다는 점에서 Travel을 Only on Brex로 분류하였다.
Brex Travel이 그 회사만을 위한 하나의 전용 Expedia가 되는 그림.
(Travel-as-a-Service)
여기서 vendor는 ramp의 고객사에게 제품을 납품하는 공급업체를 의미한다. 고객사와 계약을 맺고 무언가를 파는 곳이라면 어디든 될 수 있다-SaaS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일수도, 주기적으로 어떤 사무용품이나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영업자일수도.
2.8은 Sacra에서 임의로 가정한 수치이며, 실제로는 회사별로 다른 비율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뒤에 따라 나올 수치들도 모두 마찬가지.
디지털 결제가 결제 내역 관리, 분석, 기록 면에서 아날로그식 결제보다 훨씬 더 편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에.
아래 분류는 Contrary Research의 글을 참조하였다.
특이한 점이 피터 티엘 본인은 Brex에, 피터 티엘이 세운 Founders Fund는 Ramp에 투자했다.
(Brex/Ramp의 Bill Pay에 해당하는 대금 지급 자동화 서비스로 시작하여 Divvy 인수 이후로 기업 종합 지출 관리 플랫폼으로 변해가고 있는 회사)
Brex/Ramp와 거의 유사한 제품군들을 제공하고 있는 기업 종합 지출 관리 플랫폼 서비스 회사
다만 의문인 점 한 가지는 현재 Brex의 고객사 수는 50,000여 곳이고 Ramp는 25,000여 곳이라는 것이다. 범용성을 표방하는 Ramp가 왜 Brex에 비해 고객사 수가 더 적은지는 아직은 불확실하다.
실제로 올해 4월에 진행된 라운드에 Ramp가 직전 라운드에서 밸류에이션이 많이 깎였음에도 불구하고 세콰이아, Khosla, Greylock 등 실리콘밸리 탑티어 VC들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한 것을 보면 나와 비슷한 의견을 지닌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번 리포트의 주목적은 Brex와 Ramp를 각각 깊게 살펴보는 것이 아닌 두 회사의 연관성에 초점을 두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이 지닌 잠재성 또한 개별적인 것보다는 공통적인 것 위주로 설명한다.
마치 현재 법인 카드 시장을 Amex 한 회사만 독점한 것이 아니듯이.